[카타르] 월드컵, 환호 속 이면…3천원에 종일 유니폼 만드는 미얀마 노동자들

NYT 보도…일당 4천원대로 올려달라 했다 강제 해고
인권단체 국장 "월드컵 제품 만드는 의류노동자 인권침해 심각"

↑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환호 하는 축구팬/사진=로이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열기가 갈수록 더해가며 축구 팬들을 설레게 하는 각종 축구 관련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생산하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은 하루 3달러도 채 벌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뉴욕타임스(NYT)가 어제(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야마 양곤의 푸첸그룹 공장에서 일하는 7천 800여 명의 직원들은 아디다스 축구화를 만들며 하루 4천 800짯(미화 2.27달러, 한화 2천 97원)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90~150달러(약 11만 8천~19만 6천원)나 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나서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월드컵을 앞둔 10월, 하루 일당을 3.78달러(약 4천 941원)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가 해고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으나, 공장 측은 군 병력을 불러 파업을 진압하고 노조 지도부 16명을 포함해 26명을 해고했습니다.

해고 사태와 관련해 공장 운영 주체이자 대만에 본사를 둔 푸첸그룹 측은 "현지 법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이에 아디다스 측은 NYT에 "공급업체의 조치가 적법한지 조사하고 있다"며 "푸첸그룹에 즉각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환호 하는 축구팬/사진=로이터

이처럼 미얀마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4천만 명 의류 산업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어렵게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 약세로 생활고가 더해지며 더욱 고통받고 있습니다.

월드컵 대목 직전, 공장에서 잘린 미얀마 노동자들은 살길이 막막한 상황입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사흘 동안 먹을 것 없이 지내다 동료들이 음식을 조금 가져다준 덕에 한숨을 돌렸습니다. 또 다른 20대 노동자는 NYT에 "집세를 내지 못할까 봐, 그리고 우리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집으로 보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앞서 2천 800명이 일하는 캄보디아 의류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아디다스 축구 의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만드는데,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하자 8명을 해고한 것입니다.

이에 '노동자인권컨소시엄'의 툴시 나라야나사미 국장은 "월드컵 관련 제품을 만드는 의류 노동자들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더 나은 여건을 얻기 위해 함께 일어서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