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내조형 영부인 개념, 점차 바뀌는 추세
↑ (좌)칠레 영부인 이리나 카라마노스 (우)칠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사진=연합뉴스 |
내조형 영부인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깨고 '영부인 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퍼스트레이디'가 나왔습니다. 남편 직업 때문에 개인의 삶이 망가져선 안 된다며, 미래 영부인들을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선 것입니다.
그 주인공은 이리나 카라마노스(33)으로, 칠레 대통령인 가브리엘 보리치(36)의 여자친구입니다.
1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라마노스는 지난달 초 기자회견을 열어 영부인직을 개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8개월간 침묵하던 중 갑작스럽게 열린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카라마노스는 재단 6곳 운영과 어린이 보육 네트워크, 과학박물관, 여성개발조직 감독 등 기존 영부인이 관리하던 업무를 관련 정부 부처로 이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개혁된 제도가 자신의 임기보다 오래 지속되어 미래 영부인들도 부담을 떠안지 않길 바란다고 그 취지를 밝혔습니다.
카라마노스는 "대통령의 배우자는 배우자로서 선택된 것이지 재단의 대표로 선택된 게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대통령 좀 돌보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물론 돌볼 수는 있지만, 내가 안 돌본다고 무슨 일이 생기냐"고 되물었습니다.
카라마노스는 "내가 안 돌보면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 게 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불충분한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카라마노스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교육학과 인류학 학위를 취득했고,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젊은 페미니스트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이에 WP는 칠레 영부인실 직무가 영부인의 학위, 경력과 전혀 관계 없이 주어지는 간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리나 카라마노스/사진=연합뉴스 |
한편 이러한 내조형 영부인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중남미 등으로 확산했습니다.
WP에 따르면, 미국 4대 대통령 제임스 메디슨(1809∼1817년)의 배우자 돌리 메디슨이 영부인의 내조 개념을 주창하며 이러한 문화가 생겼습니다. 이후 존 F. 케네디(1961∼1963) 미국 3대 대통령의 배우자 재클린 케네디도 내조형 영부인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허나 세계 각국에서 전통적인 영부인 모델에 도전하는 인사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멕시코 대통령의 배우자 베아트리스 구티에레스 뮐러는 남편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임기 중에도 기존 대학교수 생활을 지속했습니다. 뮐러는 "남편이 직업을 바꿨다고 내 직장마저 그만둘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밝혔으나, 외교행사에는 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역시 백악관 입성 뒤에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유급 영어 작문 교사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역사에서 퍼스트레이디가 남편의 임기 중 백악관 밖에서 돈을 받고 일한 경우는 질 바이든이 유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