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동안 매일 마음을 전했는데, 사람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죄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짝사랑은 '로맨스'가 아닌 '스토킹'이 될 수 있으니까요.
뒤를 따라오거나 길을 막는 행위, 우편이나 통신을 이용해 말을 걸거나 문자, 영상을 보내는 건 모두 스토킹 관련법이 정한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특히 전화를 걸거나 문자 폭탄으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합니다.
그런데, 최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 말부터, 두 달 넘게, 헤어진 연인에게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 스토킹을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거든요.
발신 번호가 뜨지 않게 전화하거나 4시간 동안 10차례나 전화를 건 적도 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어처구니없게도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게 무죄의 사유가 됐습니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 따르면,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ㆍ말ㆍ영상 등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으니 '도달하게 하는 행위'가 없었고, 따라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피해자는 스토킹 전화를 피하지 말고 받아서 녹음하라는 조언까지 나옵니다. 모르는 번호가 뜨거나 부재중 전화만 있어도 화들짝 놀라는 피해자에게 말입니다.
미수범 처벌 규정까지 두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주장도 감안해야 하지만, 전화를 받았을 때 피해자의 공포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피해자 보호가 제일 먼저라면서요.
피해자를, 약자를 보호하는 게 법이 존재하는 이유 아닐까요. 문제는 누가 이런 법의 허점을 없앨까. 하는 건데.
국민께 헌신하겠다며 뽑아달라고 했던, 그래서 칼자루를 쥐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것 같죠, 답답하기만 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전화 안 받으면 스토킹 무죄?’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