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인해 유족 슬픔 가려지지 않길”
↑ 이태원 파출소 김백겸 경사. / 사진=BBC 뉴스 코리아 |
이태원 참사 당시 혼잡한 거리를 통제하기 위해 목이 쉬도록 소리치며 통행 정리에 나선 김백겸 경사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경찰관으로서 제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며 오열했습니다.
BBC 뉴스 코리아는 4일(현지 시각) 김 경사와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김 경사는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사건 현장에 계셨던 많은 시민들이 제가 소리치는 방향으로 모두 다 이동하고 계셨다”며 “제복을 입었든 입지 않았든 경찰관이든 소방관이든 시민이든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구조 활동을 펼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목이 멘 목소리로 경찰관으로서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참사 당일 저희 이태원 파출소 전 직원들, 소방대원들, 시민분들이 모두 나서서 구조 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골목길에 몰려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또 자신을 향한 걱정보다 유족들이 받은 상처를 우려했습니다. 김 경사는 “한 분 한 분의 생명이 소중하기에 그분들이 유족들이 얼마나 상심이 크실지 얼마나 고통받고 계실지”라며 “많은 분들이 연락이 오셔서 괜찮냐고 물어보시는데 지금 제 안부 걱정보다는 가장 고통받고 계실 유족분들을 생각하면 제가 고통스러운 부분은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니 모두들 저에 대한 걱정보다는 유족분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시고, 저로 인해 그분들의 슬픔이, 고통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경사는 한 희생자 어머니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일화를 꺼내며 “제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닌데, 저는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는데 더 면목이 없고 죄송했다”며 흐느꼈습니다.
아울러 “어떻게든 저희 이태원 파출소 전 직원들의 죄송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유족분들하고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김 경사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도와주세요, 제발. 시민님들, 도와주세요. 제발 따라주세요”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