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무원 신분 박탈하는 게 징계 목적이면 해임이 적당해"
↑ 법원 / 사진 = 연합뉴스 |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동료들에게 부의금 2500만원을 챙겼다 파면된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징계가 지나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공무원 A씨(59)가 서울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낸 파면 및 징계부과금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월 내부 행정시스템을 통해 "부친이 만 80세 나이로 타계했다"며 빈소와 계좌번호 등이 담긴 공지를 올렸습니다. 이에 전·현직 동료들이 부의금을 냈고, 일부는 지방에 차려진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습니다. A씨는 5일간 경조휴가도 썼습니다.
A씨가 이 장례로 동료들로부터 받은 부의금은 총 2,479만원입니다.
이후 송파구 감사담당관실이 감사한 결과, A씨는 부친상이 아닌 숙부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경조사를 허위 유포하고 부의금을 요구했다"며 A씨를 파면하고 부의금의 3배에 해당하는 7437만원의 징계부가금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는 당시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모셔온 숙부여서 부친상으로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고 올해 4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이어 “부의금 약 1800만 원을 돌려줬고,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숙부와 가깝게 지내왔다”고 항변했습니다. 또한 "30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정년퇴직을 앞둔 상황에서 파면을 처분받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심각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가 크고 작은 유사 사건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을 보면 공직자 신분을 유지하는 게 부적절하지만, 파면은 징계처분 중 가장 무겁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임과 달리 파면에는 5년간의 공무원 임용 자격 제한,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감액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이 함께 주어진다"며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게 징계 목적이라면 해임이 적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A씨가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숙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빈소 알림난에도 상주로 돼 있었고 장례비까지 부담했다"고
재판부는 A씨가 부의금 2479만원 중 1800만원을 반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위원회가 부의금 전액을 기준으로 징계부가금을 정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한편 A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서울동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A씨가 부의금 명목으로 1043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그를 기소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