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이 "112 신고 대처가 미흡했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글을 남겼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결국 실무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한다며 '꼬리 자르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이시열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기자 】
이태원 파출소에서 3년째 근무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경찰 A 씨가 내부망에 올린 글입니다.
사고 당일 근무했던 약 20명의 직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몰려드는 인원과 신고들을 처리하기엔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기동대 지원 요청도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제(1일) 윤희근 경찰청장의 브리핑을 언급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혔다"며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윤희근 / 경찰청장
-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또 윤 청장이 취임 당시 말한 "일선 경찰관은 슈퍼맨이 아니며 경찰 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냐며 꼬집었습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도 우려의 심정을 표했습니다.
▶ 인터뷰 : 이태원 파출소 직원
- "가만히 입 다물고 있다가는 정말 꼬리 잘리기 식으로 그냥 잘려나갈 꼴이에요. 저희들은 근데 정말 억울한 상황이고 하니까요."
다른 SNS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경찰관 B 씨는 "경찰청장이 현장 책임론만 언급한 건 정말 실망스럽다"며 지휘부의 판단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의 가족이라고 밝힌 C 씨는 현장 경찰도 트라우마를 치료받아야 할 텐데 징계 압박 속에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습니다.
▶ 스탠딩 : 이시열 / 기자
- "서울 용산경찰서에 대한 고강도 감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시열입니다." [easy10@mbn.co.kr]
영상취재 :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 래 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