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직전까지 위험을 예고한 11차례의 112 신고, 어제 전해드렸죠.
각 신고에는 경찰이 긴급도에 따라 분류한 '코드'라는 것도 부여됐습니다.
참사가 다가올수록 긴급도는 올라갔지만, 정작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112 신고내용으로 본 당시 상황, 우종환 기자가 재구성했습니다.
【 기자 】
처음 112 신고로 압사 우려 신고가 들어온 건 토요일 오후 6시 반쯤.
신고자는 "사람이 오르내리는데 불안하다, 밀려오니 압사당할 거 같다"며 통제를 요청하고,
경찰은 "양쪽 통행이 안 되니 밀려서 압사 사고가 날 거 같다는 의미냐"고 재확인합니다.
그러자 "소름까지 끼친다"는 신고자의 대답에 경찰은 출동하겠다고 대답합니다.
이 신고에 분류된 건 코드2,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신고의 긴급도에 따라 총 5단계로 나눠지는데 0과 1은 반드시 출동해야 합니다.
저녁 8시쯤 들어온 코드2 신고까지 경찰은 두 차례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8시 반에 들어온 3번째 신고, 이번에는 신고자가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졌다, 사고가 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경찰관은 "출동하겠다"고 말했는데 무려 코드1로 분류된 이 건, 실제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아수라장이 됐다"는 코드1 신고에도 출동하지 않았던 경찰.
참사 1시간 전인 9시 정각에는 "인파들이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가 나기 직전"이라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되기까지 합니다.
경찰은 "이태원 역 쪽이냐"며 장소를 확인하는 데 이 건은 처음으로 코드0으로 분류됐고, 경찰은 다시 출동했습니다.
경찰은 이어 2분 뒤에 들어온 코드2 신고까지는 연이어 현장출동합니다.
하지만, 이후 9시 7분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신고들엔 대응이 달랐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것 같다"며 여러 차례 압사 상황이라고 외치고, "위험한 상황"이라며 쏟아지는 코드1 신고들.
결국 참사 순간에는 비명소리가 고스란히 녹음되기까지 한 신고까지.
참사 직전 마지막 5건은 모두 코드1이었지만 한 건의 출동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MBN뉴스 우종환입니다. [woo.jonghwan@mbn.co.kr]
영상편집 : 한남선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