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핼러윈데이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거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상현 기자] |
28일 오후 8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핼러윈데이까지는 아직 사흘이 남았지만, 이태원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오징어게임과 조커, 포켓몬, 좀비, 마리오, 귀신, 마녀, 다스베이더. 심지어 예비군복에 방역복까지 입은 채 시민들은 금요일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경찰과 119 소방대원들은 물론, 의용소방대원들까지 나서 순찰, 교통정리 등에 힘썼지만 벅차 보였다. 핼러윈 축제가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린 까닭에 거리와 가게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자영업자들도 모처럼 '특수'를 맞은 분위기였다.
핼러윈데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로 매년 10월 31일에 행해진다. 고대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유령이나 해골 등 기괴한 복장을 하고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으러 다니는 날이다.
↑ 핼러윈데이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캐릭터 인형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상현 기자] |
아직 코로나19가 유행 중이기는 하나,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강도 방역수칙이 전면 해제되면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둔화한 영향이다. 이날 이태원의 한 선별검사소 안에는 직원 1명만이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식당과 카페, 술집 등에는 형형색색 분장을 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골목마다 설치된 임시 부스에선 얼굴에 분장을 받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친구 또는 연인과 삼삼오오 거리를 활보했고, 길이 막히는 탓에 운전자들이 연신 경적을 울려대기도 했다.
대학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는 20대 A씨는 "너무 재미있다. 내년에 이 친구들과 또 올 생각"이라며 웃었다. 만화영화 속 마녀처럼 고깔모자를 쓰고 아버지 손을 잡은 채 나온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 핼러윈데이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한남동 공영주차장. 3개층에 차들이 모두 들어차면서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있다. [이상현 기자] |
차량의 경우 통행하는 것부터 힘들었다. 주차공간 확보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250대 남짓을 수용할 수 있는 한남동 공영주차장은 3개층이 모두 만차였다. 저녁 시간대 차 한 대가 주차장에 진입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길게는 30분 이상이었다.
방범 순찰을 나온 경찰관 C씨는 "교통도 교통이지만, 마약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기본적으론 방범 순찰에 힘쓰되, 마약 거래로 의심되는 상황이 없는지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 핼러윈데이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상현 기자] |
반면 인근 자영업자들은 축제 같은 이날의 분위기를 반겼다. 코로나19 확산 후 3년여간 매출이 대폭 감소했으나, 연말연시나 핼러윈데이 같은 대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D씨는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오늘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내일(29일) 저녁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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