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파마와 염색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하는 학교의 '학생 생활규정'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인권위는 대구의 A여자고등학교 교장에게 "학생의 자유로운 개성 발현권 및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두발 관련 학생 생활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학교의 재학생 B씨는 학교 측이 파마, 염색 단속의 근거로 든 학생 생활규정이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A고등학교는 인권위에 "학생 생활규정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 것"이라며 "'파마나 염색은 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두발 자유화에 따른 학생의 탈선에 대한 우려, 지나친 파마와 염색에 대한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사진 = 연합뉴스]
인권위는 "(학교의 주장은) 학생의 두발을 규제함으로써 탈선 예방, 학업 성취, 나아가 학교 밖 사생활 영역에 대한 지도·보호 등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를 전제로 한 것일 뿐, 인과관계와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두발 규정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형식적 측면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일 뿐"이라며 "내용적 측면에서 헌법 및 UN 협약 등이 보장하는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두발 등 학생의 용모에 관한 권리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한 '개성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이자 타인에게
위해를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영역에 해당하는 기본권"이라며 "그 제한과 단속은 학생의 안전이나 타인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교육 목적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