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기회 줘봐.”
전주 KCC는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99-93으로 승리했다. 2연패 탈출을 끊는 중요한 승리였고 KGC의 개막 5연승을 저지한 결과였다.
45분 혈전을 치렀으니 누구 하나 활약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근휘(24)는 가장 빛났으니 그의 손끝에서 나온 7개의 3점슛은 단순한 1승이 아닌 KCC의 숙원이었던 정상급 슈터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KCC 이근휘는 23일 전주 KGC와의 홈 경기에서 3점슛 7개를 기록했다. 2019년 11월 30일 이대성 이후 1058일 만에 나온 기록이다. 사진=KBL 제공 |
사실 이근휘는 KCC의 아픈 손가락과 같았다. 대학 시절 보여준 슈팅에 대한 재능, 그리고 슈터로서의 움직임은 분명 조성민-전성현의 다음을 책임질 정도였다. 그러나 프로 입성 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기본 수비가 되지 않으니 출전 시간은 적었고 잠깐 기회를 잡아도 슈팅 한 번 제대로 던져볼 수 없었다.
시즌 첫 2경기가 그랬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첫 경기에서 12분 18초 동안 3개의 3점슛을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다. 이어진 창원 LG전에선 16분 34초 동안 단 한 번 3점슛을 던졌고 역시 실패했다.
슈터가 필요한 KCC이지만 이 정도 기록이라면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들었다. 전창진 KCC 감독도 “이근휘 때문에 속상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경기만 하면 잘 안 되더라. 첫 2경기를 치르고 나서 전주에 데려오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도 기대를 많이 한 선수다. 근데 코트에만 서면 슈팅은 안 들어가고 수비 실수는 많았다. 차라리 다른 선수를 뛰게 해야 하나 싶더라. 며칠 쉬게 한 다음에 다시 올리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때 최형길 KCC 단장이 전 감독의 마음을 돌려놨다. 전 감독은 “(최형길)단장님이 ‘한 번 더 기회를 줘봐’라고 하시더라. 부상자가 많아 전력 구성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4일 동안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었기에 일단 기회를 더 주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전창진 KCC 감독은 23일 전주 KGC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이근휘를 향해 “3점슛을 넣고 웃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KBL 제공 |
KCC 소속 선수가 한 경기 3점슛 7개를 성공한 건 무려 1058일 만에 나타난 일이다. 2019년 11월 30일 현대모비스에서 이적한 이대성이 고양 오리온을 상대로 3점슛 7개를 성공했다. 이후 이근휘가 다시 고지를 점한 것이다.
기록도 세우고 승리도 했으니 전 감독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만큼은 정말 너무 기쁘다. 이근휘가 잘했고 또 승리했다. 본인도 기쁠 것이다. 코트 위에서 3점슛을 넣고 웃는 걸 보니 나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근휘의 농구가 지금부터라는 것이다. 전성현 외 상대 팀을 ‘덜덜’ 떨게 할 슈터가 없었던 KBL에 이근휘가 등장했다. 슈터로서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가진 그다. 앞으로 보여줄 3점슛에 더욱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
[전주=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