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환구시보는 "미국은 돈을 벌고, 유럽은 돈을 쓰며, 우크라이나는 피를 흘린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군수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자재를 싸게 수입해서 사재기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인·태전략의 핵심국인데도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25배나 늘렸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중재를 명분삼아 철저하게 실리를 챙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드론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로부터는 무기와 자원을 사들이고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팔색조 실용외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대의 반사이익을 챙기는 나라가 또 있다. 바로 북한이다.
첫째,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보했다. 대내적으로 국민에게 핵없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자력갱생 기조를 강화하고 항미결속을 도모한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혼란기를 틈타 핵미사일 완성에 매진한다. "용감히 쏘라!"는 김정은의 친필서명에 따라 올초부터 미사일을 폭죽놀이하듯 쏘고 있다. 20차례 41발이다. 8500억원 상당의 비용이다. 7차 핵실험도 할듯말듯하면서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둘째, 북한은 서방의 제재를 묵살하는 호기로 삼고 있다. 유엔의 대북 결의안 2397호로 북한의 해외 근로자들이 모두 철수했다. 그런데 돈바스지역 전후복구를 명분삼아 10만여명의 노동력을 파견하고 러시아에 미사일과 탄약을 판매할 예정이란다. 외화 가득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유엔의 대북 제재 뿐만아니라 미국의 촘촘한 제재망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셋째, 북한은 사회주의 맹방인 러시아와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냉전 당시에도 없었던 '우러좌중(우편은 러시아, 좌편은 중국)'의 찰떡공조다. 중국에서는 '쌀', 러시아에서는 '총'의 양다리 외교전략을 즐기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주도로 채택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히 러시아와는 이미 지난해말 부터 공조해 왔다.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2.24) 직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교란전술이다. 지난 8월말 러시아가 핵사용 4개 조건을 제시하자 2주 뒤에 북한은 핵사용 5개 조건을 법제화했다. 푸틴의 9.21 군동원령에 화답하듯 연거푸 2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넷째, 북한은 러시아 점령의 돈바스공화국들과 재빠르게 수교했다.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돈바스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실리를 챙긴 것이다. 돈바스로부터 중공업 설비 부품을 도입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제철과 운송분야 기계시설은 옛소련의 기술 지원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더나아가 신생 돈바스공화국은 물물교환 경제협력의 최적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돈바스산 밀과 코크스를 수입하고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를 수출하는 상호 보완관계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뒤에 미국이 있다면 러시아 뒤에는 북한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없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듯이 러시아도 북한의 지원은 천군만마와 같다. 왜냐하면 군사적으로 미국을 교란하고 견제할 수 있는 우군은 북한뿐이기 때문이다. '서부전선은 러시아, 동부전선은 북한'이 맡는 역할 분담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돈바스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다. 북한의 군 체계상 전후복구에 동원되는 인력은 다수가 군인 신분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으로서는 외화벌이 뿐만아니라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이기도 하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최초의 외국군대가 우크라이나전쟁에 투입되는 확전을 의미한다.
역사적 사례에서 보듯이 서부 전선이 동부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과 대만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한미훈련을 구실로 국지적 도발을 단행할 수도 있다. 특히 전술핵
[박종수 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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