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님, 차 사려면 흰색 사"…택시기사 기지로 보이스피싱범 검거

'수상한 승객' 잠시 내려 돈다발 받는 사이 112 신고
장거리 운전 핑계로 휴게소 들러 경찰에 범인 인계

↑ 보이스피싱범을 태우고 경찰과 전화하는 택시기사 / 사진=연합뉴스

승객에게서 수상함을 직감한 한 택시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았습니다.

택시기사 A씨는 지난 7월 1일 오후 4시 10분쯤 경기도 안성시청 앞 대로에서 20대 여성 B씨를 태우고 평택까지 장거리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B씨는 평택으로 향하던 도중 '원곡 119안전센터에 잠시 들러달라'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B씨에게 '안전센터는 어쩐 일로 가십니까'라고 물으니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안전센터 부근에서 투자자를 만나 돈을 받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회사 법인 통장에 입금하면 될 것을 직접 받는다고 하니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원곡 119안전센터에 도착해 B씨가 택시에서 잠시 내리자 A씨는 112에 전화해 "택시 승객이 보이스피싱 수거책인 것 같다"고 신고했습니다.

때마침 B씨 근처에 검정 승용차가 나타났습니다. B씨는 이 차량에서 내린 사람으로부터 현금다발이 든 쇼핑백을 받아들더니 이후 다시 A씨의 택시에 탑승해 목적지를 하남시로 변경했습니다.

이에 A씨는 이것이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A씨는 운행 도중 경찰의 전화가 걸려오자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했습니다. 경찰이 그의 차종과 색상 등을 묻자 "아우님, 차 사려면 ○○○로 사. 하얀색이 제일 좋아"라고 답하며 자신의 택시 차종을 알렸습니다.

이후에도 A씨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운행을 이어갔고, B씨에게 장거리 운행을 핑계로 '잠시 안성휴게소에 들르겠다'고 하며 경찰에게도 이 정보를 흘렸습니다. 이후 경찰은 곧장 휴게소로 출동해 미리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가 사건 당일 오후 5시 10분쯤 A씨로부터 B씨를 인계받았습니다.

B씨가 속한 조직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가로채려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행히 이들로부터 피해 금액 4600만원을 모두 되찾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도 택시기사 C씨가 승객의 의심스러운 행동에 보이스피싱범임을 직감하고 아는 형님들과 식사 약속이 된 것처럼 경찰에 신고하는 기지를 발휘한 덕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