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했던 장면이 현실이 되니 기분 좋네요.”
두산 베어스는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홈 2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1-0으로 대승했다. 5연패 탈출은 물론 추석 연휴 첫날 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제대로 한가위 선물을 전했다.
무려 11점이나 냈고 또 무실점 경기를 펼쳤으니 승리 공신을 꼽기가 참 어렵다. 그러나 초반 기선제압을 확실히 한 양찬열(25)의 홈런은 대승의 초석을 쌓는 것과 같았다.
↑ 두산 양찬열은 9일 잠실 한화전 2회 멋진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프로 데뷔 첫 잠실 홈런이다. 사진(잠실 서울)=민준구 기자 |
양찬열은 경기 후 “좋은 공이 오면 적극적으로 치려 했다. 사실 홈런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타구가 나와 기쁘다. 홈런을 확인하면서 베이스를 도는데 이미 2루에 있었다(웃음). 순식간에 홈플레이트를 밟아서 얼떨떨했고 또 신기했다”며 홈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인천에서 2번 홈런을 쳤지만 이번에는 홈 구장에서 만든 홈런이 아닌가. 또 잠실이다.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상상해왔던 장면이 현실로 이어져서 정말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양찬열의 활약을 논하려면 단순히 홈런만 말할 수는 없다. 3회 수비 상황에서 노시환의 장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것 역시 명장면이었다. 3-0으로 앞서고 있었고 1사 2루 실점 위기였기에 1점 이상의 수비를 해낸 것이다.
양찬열은 “뭔가 공이 올 것 같아서 무작정 달렸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홈런도 기분이 좋아졌지만 수비를 잘할 때 더 짜릿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2020 KBO 드래프트 2차 8라운드 79순위 지명자인 양찬열은 첫해 17경기 출전 후 곧바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현역 입대했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올해 복귀 후 초반 퍼포먼스는 상당했다. 6월 2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복귀, 4타수 3안타 1홈런 3득점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펄펄 날았다. 다음날인 22일에는 5타수 2안타 1홈런 1득점 1타점으로 연일 홈런을 터뜨렸다.
↑ 두산 양찬열은 지난 6월 21, 22일 군복무 후 복귀 경기에서 연일 홈런을 터뜨렸다. 이후 3개월여 만에 잠실에서 첫 대포를 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양찬열은 “1군은 분명 수준이 다르다. 스스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잘 못 올라왔다. 부진도 길어지고 잘 안 되다 보니 힘들었지만 자신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군에 있을 때 이도형 코치님이 많은 조언을 준 부분도 큰 도움이 됐다”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해서 최대한 1군에 머무르고 싶다. 우리 팀도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 컨디션이 좋든 안 좋
끝으로 양찬열은 연휴 첫날 자신의 활약을 지켜봤을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부모님이 구장에 오시지는 못했다. 그래도 처음으로 잠실에서 쳐낸 홈런이 우리 가족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한다”며 활짝 웃었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