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피해 심의서 역학조사관 강제로 퇴장시키고 비공개 회의"

22살 딸, 접종 나흘 만에 쓰러져…혈전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숨져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정족수 미달' 사유로 판단 보류
제주도, 백신 이상 반응 신고 5,685건…백신과 인과성 인정받은 사례는 없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이 지난 26일 열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도 백신 인과성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 사진=이남훈 씨 제공, 연합뉴스

오늘(28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유빈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는 해당 매체와의 전화에서 "코로나19 백신 피해 심의를 하는데, 우리 딸 안건을 논의할 때는 역학조사관들을 강제로 퇴장시키고 밀실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와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 26일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유빈 씨 관련 안건에 대한 판단이 보류됐습니다. 당시 질병청은 유족들에게 판단 보유 사유를 정족수 미달'이라 알렸습니다.

이 회의에서 위원회는 여러 안건을 처리한 뒤 마지막으로 유빈 씨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전 회의에 참여했던 전국 지자체 역학조사관들을 모두 퇴장시키고 위원들만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심의 대상 사안을 담당하는 역학조사관들은 관행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사례를 발표하고 논의 과정을 참과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전원 퇴장 조치를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안성배 제주도 역학조사관은 "규정상 역학조사관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참석을 의무화하던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퇴장시켰다"며 "질병청은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역학조사관 퇴장이 심도 있는 논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유빈 씨는 지난해 7월 26일 제주시의 한 위탁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았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고 있던 유빈 씨는 임용고시를 앞두고 잔여 백신을 신청해 접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7월 30일 밤 돌연 쓰러졌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까지 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접종 11일 만인 8월 7일 혈전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숨졌습니다.

이러한 유빈 씨의 사례에 대해 제주도 당국은 의대 교수와 지역 병원장 등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회의한 끝에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유족에게 인과성 평가 결과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고 통보했습니다. 이러한 평가 이유로 질병청은 의무기록과 기저질환, 전반적인 상태를 검토했을 때 재난적 항인지질증후군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질병청의 판단에 대해 제주도 당국과 유족 측은 백신으로 인해 항인지질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담은 최신 논문 등을 바탕으로 백신 인과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유빈 씨의 유족 측은 이뿐 아니라 유빈 씨가 사경을 헤매던 당시 제주도가 백신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청에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세 차례나 의뢰했지만 접수를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인 뒤 검사가 진행되긴 했지만 그땐 이미 유빈 씨가 숨진 뒤라 혈액을 채취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병원에 남아있던 1cc의 혈청을 겨우 찾아 검사를 진행했으나 TTS가 아니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유족 측은 검사한 혈청은 채취한 지 10일 이상 지났고 냉장 보관돼있던 것으로, 검체를 영하 20도 이하로 냉동 보관해야 하는 기준이 지켜지지 않아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유빈 씨의 안건은 외부 전문학회 4곳에 자문을 의뢰해 받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난 26일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 상정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다음 심의를 기다려야 합니다.

유빈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는 "전문학회 자문에서 '백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의견 없음'이라는 답변도 있었는데, 이는 근거 자료 불충분 등을 이유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며 "백신 인과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심의가 부실하고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위원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이 씨는 "공교롭게도 이번 회의 날이 딸이 접종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자 음력으로 1주기였다. 1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국가가 독려해서 접종했다가 이렇게 됐는데, 그럼 국가가 사인 규명과 보상 등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습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신고가 지난 27일 기준 5,685건 접수됐습니다. 이중 사망 사례는 38건, 중증 의심 사례는 23건, 특별 이상 반응 사례는 2건(아나필락시스 1, 혈소판감소성혈전증 1)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