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태아 2주간 몸속에"…미 낙태금지법 탓 유산치료도 못받아

임신 중절과 같은 방법 사용…처벌 우려한 병원서 치료 거부
텍사스, 복지부 낙태 허용 지침에 소송 제기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폐기한 후 텍사스를 비롯한 10여 개 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시행된 가운데, 병원에서 유산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 여성들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유산 시에도 임신중절과 동일하게 '자궁경관 확장소파술'(D&C)로 불리는 수술을 하는데 낙태 금지법에 따른 처벌을 우려한 병원에서 유산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고 있어서입니다.

어제 NYT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댈러스-포스워스 지역에 거주하는 어맨다(35)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유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에는 병원에서 D&C 수술을 받았으나 올해는 병원의 거부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텍사스주가 임신 6주 이후의 모든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병원들이 유산에 따른 의료 서비스 제공도 주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맨다의 수술을 거부한 병원 측은 낙태 금지법 탓이라고 밝히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너무 피를 많이 흘리면 한 시간에 한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라고만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어맨다는 엄청난 통증을 겪고 변기 위에 앉았다가 욕조로 옮겨야 했으며, 남편과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결국 어맨다는 다른 주로 이사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가 이 난리를 겪고 나니 텍사스주에서 이런 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유산의 경우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법과 관련한 의사소통이 안 되면서 생긴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NYT가 전했습니다. 명확한 지침 부재로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의사와 병원 등이 낙태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을지 우려하면서 경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어제 CNN방송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에 거주하는 말레나 스텔은 최근 임신 9주반 정도 된 시기에 진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죽은 태아를 몸에서 제거하기 위해 D&C 수술을 받으려고 했으나 병원에서 거부했습니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도 태아가 사망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그 병원도 수술은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는 2주 뒤에야 D&C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2주간 몸속에 죽은 태아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스텔은 이러한 이야기를 18분 분량의 동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후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다시 임신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수술 지연으로) 감염될까 봐 두렵고 무슨 일이 일어나 내 딸이 엄마 없이 남겨질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지난 15일 텍사스주정부는 낙태 시술이 주법에 금지됐더라도 응급 상황에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한 연방정부 명령을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P통신·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팩스턴 법무부 장관은 "응급의료법(EMTALA)은 연방정부가 응급 의료 제공자에게 낙태를 시술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며 텍사스 지방법원에 복지부 낙태 허용 지침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팩스턴 장관은 "바이든 정부는 응급실을 예약 없이 방문해도 되는 낙태 시술소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의 불법적인 어젠다를 위해 법을 왜곡하고 약화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을 띄는 텍사스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낙태 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주입니다. 지난달 24일 대법원 판결 전에도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이 나오면 낙태를 금지하고 위반 시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한 1925년 법을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까지 만든 바 있습니다.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bwjd55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