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세계 ‘톱-10’명성은 어디로 갔나
안타까운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력 하향곡선
최근 동하계올림픽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
매년 2000억 원 이상 전문체육에 투자해도 퇴보
7월13일은 대한체육회 창립 102주년 기념일이다. 1920년 일제하에서 ‘건민과 신민, 그리고 저항’을 내세우며 극일(克日)의 구심체로 출범했던 조선체육회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대한체육회로 이름이 바뀌어 작금에 이르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70여 년간 한국체육의 본산으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었다. 1988 서울하계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축구,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세계 5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세계 5대 스포츠 축제를 모두 개최한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이다. 경기력도 종합대회인 동 하계올림픽을 기준으로 볼 때 세계 10위권에 들어 지구촌 ‘톱-10’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러한 성가(聲價)가 2018년을 기점으로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체육계가 대한체육회 창립기념일을 맞아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스포츠경쟁력 강화 외치지만 효과 미흡
↑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창립 102주년 기념식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에서 6번째)과 귀빈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
아시안게임에서도 ‘종합 2위’ 일본에 내줘
조짐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나타났다. 한국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8번의 아시안게임에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만 빼고 7번 모두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었다. 그러나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 49, 은 58, 동 70개로 일본(금 75, 은 56, 동74)에 크게 뒤져 32년 만에 3위로 밀려났다.
부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종합 14위(금 2, 은 5, 동 2)에 머물렀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처음 종합 10위에 오른 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금2, 은2, 종합 14위)과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금 3, 은 3, 동 2, 종합 13위)을 제외하면 매번 종합 10위안에 들었다. 2010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종합 5위까지 오르는 등 1992년 이후 30년간 8번의 동계올림픽에서 6번이나 세계 ‘톱-10’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한국 전문체육의 하향곡선은 대한체육회 수뇌부의 안이한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계종목은 메달밭이었던 투기 종목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동계종목의 ‘금맥’이었던 빙상이 회장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등 경기단체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름다운 도전’ ‘정정당당한 꼴찌’ 운운하며 “올림픽에서 메달 색깔에 매달리지 말고 즐기기만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의 경기 결과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민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대한체육회의 훈련 시스템 변화 등 대대적인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 내년으로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년 뒤 열릴 2024 파리올림픽에 대비,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강화에 대한체육회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지난 12일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