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갈아타면 손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워낙 뿌리 깊은 데다 자동차보험처럼 병원에 자주 갈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 구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기간을 연장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 호응이 약해 4세대 실손을 통해 보험사들이 적자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주요 손해보험사 10곳의 4세대 상품 전환 건수는 21만건으로, 전체(2883만건)의 0.7%에 불과했다. 생명보험사 상품까지 합치면 실손 계약은 3500만건(직장 중복가입 포함 시 3900만건)에 달하는데, 사실상 기존 가입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4세대 전환을 독려해온 업계와 당국은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을 4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감면해주는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50% 감면은 당초 이달 종료될 예정이었다. 4세대 상품 보험료가 통상 1만~3만원대임을 감안하면 한 달 할인 혜택은 몇 천 원에서 1만원 수준이다.
기존 실손은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130만원의 보험금을 내주는 적자 상품이다. 4세대 상품은 고질적인 실손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작년 7월 도입됐다. 실손은 이미 전 국민이 가입한 상품이어서 손보사를 통틀어도 4세대 신규 계약은 69만건에 불과하다. 가입자를 늘리려면 1~3세대 고객을 모셔오는 수밖에 없는데, 1년째 전환율이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로 손보 10개사 4세대 월평균 전환 건수를 보면 2021년 하반기에는 1만7000건에 불과했다가, 올해는 보험료 50% 할인을 내세우며 홍보에 나선 결과 월평균 3만8000건(1~5월)으로 늘었다.
4세대 전환율이 저조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기존 보험의 자기부담금이 0~10% 수준인 데 반해 4세대 상품은 20~3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이라도 보험금을 받아본 가입자들은 얼마가 되든 자기부담금이 늘어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직전 1년간 받아간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비급여 특약 보험료가 할인되거나 할증되는 구조인 것도 원인이다. 업계와 당국은 실손보험 적자를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이른바 '비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한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고, 덜 이용한 사람은 덜 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300만원 이상이면 특약 보험료 300%가 할증돼 최대 4배까지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이 같은 할인·할증 제도는 2024년 7월부터 적용된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현행 3세대 실손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보험료가 오르는 할증구간(3~5등급)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가입 주기가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 것도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만기가 되면 별도 심사 없이 재가입할 수 있지만, 비급여 시술을 많이 받으면 갱신 시 보험료가 올라가는 구조이다 보니 기존 상품을 유지하려는 고객이 많다.
문제는 기존 실손보험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A손보사에 따르면 지금 3만8990원의 보험료를 내는 50세 남성 가입자의 경우, 올해와 내년에 갱신이 돌아오면 보험료는 9만3090원으로 뛴다. 그리고 5년 후, 10년 후 갱신 때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