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너무나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세요."
LG 트윈스 필승조의 일원인 이정용(26)은 지난 11일 아쉬운 투구 내용을 보였다. 잠실에서 열린 라이벌 두산 베어스 전에 8회초 팀이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섰으나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1이닝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3패 째를 떠안았다.
12일은 달랐다. 5회초 일찍 투입됐다. 선발 임준형이 무너지고 최성훈, 최동환 등도 연이어 실점을 내줬다. 이번에는 팀이 3-4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한 이정용은 2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하며 팀이 역전승을 일구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 긍정의 힘과 함께 살아난 이정용. 사진(서울 잠실)=이정원 기자 |
경기 후 만난 이정용은 "최근에 내 경기력이 안 좋아 더 잘 하려고 한 게 11일 경기에선 독이 됐다. 잘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게 야구다. 빨리 잊는 법을 생각하려 했다"라고 운을 뗐다.
5회, 평소보다 이르게 등판했다. 하지만 이정용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생각 안 한다. 중간 투수니 언제라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게 의미 부여 안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정용은 평소와는 다른 패션으로 마운드에 섰다. 스타킹을 무릎 아래까지 올렸다. 이른바 '농군 패션'으로 등판했다. 이유가 있을까.
그는 "해민이 형에게 빌려달라고 했다. 양말도 빌려주셨다. 바지도 빌려줬지만 슬라이딩 패드가 있고 맞지 않아 내 바지를 잘라 입었다. 지환이 형이 '너도 마운드에서 슬라이딩하니까 괜찮다'라고 하더라(웃음). 변화를 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날 부진을 씻을 수 있었던 비결, 주변의 도움과 힘이 있었다. 그는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너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됐다"라며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주변에서 언제나 괜찮다고 해주시는데 감사한 분들이 많다"라고 웃었다.
채은성의 좋은 조언도 이날 호투에 큰 조언이 됐다. 이정용과 채은성은 지난해부터 서로 좋은 글귀를 주고 받는다고.
↑ 사진=천정환 기자 |
이정용은 앞으로도 좋은 투구를 보여주겠
그는 "우리 투수들이 로봇은 아니다"라며 "지금 잘 하고 있어도 결국 마지막에 순위가 매겨진다. 거만한 자세보다는 각자의 역할을 잘 하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잠실(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