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출렁이면서 안정적 수익률을 추구하는 멀티에셋펀드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멀티에셋펀드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 원자재, 외환 등 대체자산도 담아 변동장에서 수익률을 방어하도록 설계됐다.
멀티에셋펀드가 다른 공모펀드 대비 성과가 좋았던 것은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체 펀드 수익률 급락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과 각국의 긴축정책 기조 등을 이유로 전 세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동반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원자재 시장은 홀로 고공 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산과 공급에 직격탄을 맞은 농산물, 천연가스, 원유 등이 특히 크게 올랐다. 연초 이후 미국 소맥 선물과 옥수수 선물 가격은 각각 38.81%, 29.09%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59.67% 급등했다.
이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다올자산운용의 다올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펀드다. 이 상품은 운용자산이 2183억원으로, 전체 자산 중 절반 이상을 ETF에 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다. 크게 글로벌 주식형 ETF와 인컴형 ETF로 나뉘어 있다. 주식형 부문에서는 서로 낮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성장주와 가치주 등을 조합해 위험 조정 수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인컴형 부문은 선진국 국채와 하이일드펀드, 신흥국 채권, 리츠(REITs), 우선주 등을 담고 있다.
멀티에셋펀드는 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으나 이후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부터 2년간 이어진 강세장에서는 직접 투자 열풍에 밀려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지난 2년간 국내 멀티에셋펀드 35종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1019억원으로, 멀티에셋펀드 전체 설정액 중 4분의 1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주식을 중심으로 세계 자산시장이 조정을 보이면서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멀티에셋펀드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자산 배분을 통한 위험 분산과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 자산시장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앞으로 특정 자산, 특정 종목 투자보다는 자산 배분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멀티에셋 상품에 대한 관심
다만 다양한 자산을 편입하는 만큼 상품별로 운용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오 연구원은 "각 펀드의 운용 철학, 운용 전략, 투자 대상, 자산 배분 현황 등을 살펴보고 본인 위험 성향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