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전신 해태 시절 2명의 세이브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들의 이름은 선동열과 임창용. 모두 한국 야구 역사 중심에 있는 전설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할 새로운 이름은 아마도 정해영(21)이 되지 않을까.
KIA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전에서 4-3 역전 승리를 챙겼다. 임기영의 7이닝 호투, 전상현의 안정적인 8회 투구 후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올라온 건 정해영이었다. 당연한 일이었고 그는 최고 구속 147km 직구를 앞세워 2개의 삼진과 1개의 땅볼로 두산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냈다.
정해영은 이날 시즌 15세이브를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KBO리그 역사상 최연소 50세이브를 달성한 것이다. 20세 9개월 9일로 21세 4개월 5일에 50세이브를 기록한 한기주를 넘었다.
↑ KIA 클로저 정해영(21)이 새 역사에 도전한다. 선동열과 임창용을 넘어 구단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기회를 잡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물론 김종국 KIA 감독은 정해영을 꼭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시킬 생각은 아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때가 오면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정해영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일 9회 4점차로 앞서고 있어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정해영을 등판시켰고 승리를 지켰다.
반대로 생각하면 세이브 상황이 오더라도 굳이 정해영을 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31일 9회 13-5로 리드하다 13-10까지 쫓기자 정해영이 아닌 김재열을 등판시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정해영을 아껴둔 것. 즉 세이브에 집착하지 않고 승리만 바라보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였다.
만약 정해영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 그 이상으로 세이브를 쌓는다면 해태에서 KIA로 모기업이 바뀐 후 첫 세이브상을 수상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선동열 임창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선수 자신은 “몇 개의 세이브를 하겠다는 것보다는 단 1개의 블론 세이브도 안 하고 싶다”는 각오다.
이미 정해영은 지난 2021시즌 선동열의 33세이브를 넘어 임창용의 34세이브 고지까지 점령, KIA(해태 포함)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오승환(44세이브), 김원중(35세이브)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34세이브를 넘어 세이브상까지 수상한다면 진정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구단 역사상 가장
지금 페이스라면 40세이브 이상도 가능하다. 물론 순조롭게 시즌을 치른다는 가정이 붙는다. 과연 정해영은 자신의 목표처럼 블론 세이브 없이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2001년생 아기 호랑이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