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요청 시, ‘합리적 의심’ 입증 안 해도 된다”
동생 정은미 "정 부회장 상대 소송 모두 승소"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사진=현대카드 제공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여동생 정은미 씨가 낸 ‘회계장부 소송전’에서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부모님의 장례식 방명록을 공개하라는 ‘방명록 인도 청구 소송’에 이어 연달아 두 번째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오늘(31일) 정 씨가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지분율 73%가량)로 있는 서울피엠씨(옛 종로학원)를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서울피엠씨의 2대 주주(지분율 17.38%)입니다. 그런데 서울피엠씨가 사업을 재편한 뒤 자신을 포함한 다른 주주들에게 이익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 씨는 정 부회장 등 경영진의 부적절한 자금 집행 및 법령·정관 위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며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은 회계장부의 열람·등사가 필요하다는 정 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은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임원진의 부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추상적 의혹으로는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를 허용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2심은 “소수 주주의 열람·등사 청구 이유는 그 주장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기재돼야 한다”며 “정 씨가 적은 청구 이유만 봐서는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 들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펄럭이는 법원 깃발. /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대법원은 주주가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요구할 때 회사가 해줄 의무가 있는지 판단하거나 공개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만 이유를 대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열람 청구의 타당·부당 책임은 주주가 아니라 청구를 받은 회사에 있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등사 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회사가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제공할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경위와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며 “그 이유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하거나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관해 “주주인 원고는 서울피엠씨를 상대로 열람·등사를 청구하면서 경위와 목적 등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는 부정행위 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 정 부회장의 동생 정은미 씨는 "이번 판결로 지금까지 정 부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게 됐다"며 "늦었지만 법원에서 정의로운 판결을 해 준 데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정 씨는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주)서울PMC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의 갑질경영에 대한 시정 요구'라는 제목의 글을 직접 올리기도 했습니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