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노영우 금융부장
내성적이고 조용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5분도 안 돼 깨졌다. 그는 "모든 사업 분야를 선도하며 금융 플랫폼 대전에서 승리하겠다"면서 열의를 불태웠다. 구체적으로 "KB스타뱅킹 월 활성 이용자 수(MAU)와 KB모바일인증서 가입자 수를 15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뱅크 MAU는 1300만명인 데 반해 KB스타뱅킹은 950만명 수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빅테크에 대한 KB국민은행의 비교 우위는.
▷온라인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선사할 수 있다. 거래 건수 등은 온라인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금액으로 보면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이 더 크다. 펀드에 가입한다고 하면 소액은 온라인으로 해도 되지만, 큰돈으로 하는 사람들은 지점에 와서 상담하고 자산 관리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온라인에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예컨대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모바일 채널로 들어왔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나가는 고객 등이다. 온라인에서 빠져나가는 고객을 매끄럽게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공부 잘하는 쪽에 연필 한 자루 더 주는 게 원칙이다. 연필은 제한돼 있는데 골고루 주는 건 맞지 않는다. 제한된 자원을 수익이 나는 곳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가 숙제다. KB국민은행 점포가 900개 정도 되는데, 1등부터 900등까지 과거 5년간 수익과 비용, 고객 기반 등이 상승 추세인지 하락 추세인지를 전수 조사했다. 서울·수도권·지방·광역시를 구분해서 비교하면 지방과 광역시·수도권에서 투입 리소스 대비 수익이 낮다. 서울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수익성이 좋고 업무량이 많은 쪽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력 재배치 전략은.
▷작년에는 약 200명을, 올해는 100명 정도를 서울로 올렸다. 오피스텔도 마련해주며 적극 독려하고 있다. 서울 점포도 마찬가지다. 전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지역별·창구별로 수익성이 다 나온다. 개인 창구 직원을 PB나 기업 창구로 옮기는 작업도 상당히 많이 진행했다. 본부 중심의 영업, 비대면 영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반발도 있을 텐데.
▷물론 직원들 동의를 얻고 가야 한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예금·대출·투자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은행을 만들 때다. 예전에는 고객이 오면 대출 창구와 상담 창구가 별도로 있었다. 대출도 받고 투자도 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요구)는 단절됐던 것이다. 대출과 예금 상담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양손잡이' 직원을 길러낸 지 이제 3년 정도 됐다. 개인 창구 직원이 7000명 정도 되는데 '양손잡이' 직원은 70% 이상 된다.
―요즘 인공지능 활용이 대세인데.
▷조직 변화라는 게 그렇다. 10명 중 2명이 바뀌면 쉽지 않지만, 7명이 넘으면 '이게 대세구나' 하기 때문에 나머지 3명도 바뀐다. 업무량이 늘어난 건 맞지만 온라인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온라인화해 부담을 완화했다. 대출 심사도 점포에서 수기로 하던 것을 자동 심사 시스템을 통해 업무량을 줄인다.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속도 문제이지 금리는 우상향할 것이다. 올해 총 3번, 많이 보는 사람은 4번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7~8%라는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에 미국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도 거론되지만 한국에서 빅스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다. 금리에 대해 알기 힘든 게, 2~3년 전만 해도 저금리·저성장·고령화 때문에 '뉴노멀'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오면서 이렇게 됐다.
―금리에 대한 전망은.
▷금리가 폭발적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고, 어느 정도 선에 닿으면 안정화될 것이다. 채권 딜러들은 현재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본다. 3번 오를 게 미리 반영됐다는 뜻이다. 더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보유한 채권을 매도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미래 경기 전망이 밝지 않고 금리도 계속 오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예대금리차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대출금리는 시장조달금리(MOR)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정하는데, MOR를 계산할 때 예금금리가 들어간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거나 좁아지는 건 대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달려 있다. 예대금리차는 항목별로, 신용등급별로 세밀하게 봐야 한다. 통상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많이 해주면 예대금리차는 늘고, 중신용 고객보다 초우량 고객에게 대출해줄수록 예대금리차는 줄어든다. 단순하게 예대금리차가 1에서 2로 벌어진 것만 비판하면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을 기피하고, 대출이 더 절실한 사람이 피해를 볼 것이다.
―금리 인상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가 오를 때 은행의 이자 이익이 늘어나는 건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려서가 아니라 이율이 낮은 핵심 예금(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을 많이 갖고 있어서다. 핵심 예금은 이율이 0.1%인데 KB국민은행은 이 예금을 170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은행 자기자본도 30조원이 넘는다. 저금리로 조달한 200조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높아질수록 운용 수익이 많아진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이 9월로 끝난다. 대비하고 있는지.
▷KB국민은행은 13조원가량 되는데 그 여신만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충당금도 많이 쌓았다. NPL 커버리지 비율(충당금 적립액을 부실여신으로 나눈 값. 금융사가 부실대출에 얼마나 대비했는지를 측정하는 건전성 지표)이 230%로, 은행들 중 제일 많다.
수학·금융공학 전공한 이과
직원과 토론할 때 숫자 즐겨
그는 "은행장이라는 자리가 굉장히 바쁜데, 그러다 보면 영혼 없이 스케줄대로 붕 떠서 다닐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며 "그럴수록 중심을 잡고 지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해진다"고 했다. 그는 아침 출근 시간 30분 동안 하루를 계획하고, 퇴근 후 저녁에 5분씩 하루를 복기한다고 했다.
이 행장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한 '이과'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숫자를 좋아했고 명료하게 답이 나오는 수학을 좋아했다. 직원들과 토론할 때도 그는 숫자를 활용한다. '신용대출이 줄었으니까 늘리기 위해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는 그에게 추상적이다.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 중 어느 부문에서 줄었고, 다양한 신용도를 갖고 있는 고객 중 어느 고객들의 대출이 줄었는지 세밀하게 살펴보고 정밀 타격해야 직성이 풀린다. KB국민은행의 장기 성장 전략을 설명할 때도 그는 "비이자 이익을 전체의 4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구체적으로 숫자를 들어 설명했다.
이 행장은 코로나19 2년을 겪으면서 업무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다며 코로나19가 끝나도 재택근무를 없애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이 행장이 받은 대면 보고는 단 1건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비대면 회의였
▶▶ 이 행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서강대 수학과 △KB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상무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KB국민은행장
[정리 = 서정원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