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정재승이 뇌과학을 통해 비대면 사회와 사회복지 문제와 젊은 세대의 햄릿 증후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모르게 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주는 복지 혜택을 거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은 뇌사부일체 특집 2부로 꾸려졌다. 이날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사부님으로 등장해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정재승 사부님은 집사부일체 제자들을 데리고 최후통첩 게임을 진행했다. 한 실험 참가자는 10만원을 제시 받고 다른 참가자에게 일부를 제안할 수 있다. 제안 받은 참가자가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각자 돈을 나눠갖고, 거부할 경우 두 사람은 모두 돈을 받을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10:0이나 9:1로 나누고 상대방은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적은 돈을 받아도 받는 게 이익이고, 상대방이 받는다는 걸 알면 최소한의 돈을 제시하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정은 유수빈이 제안한 1만원을 거부했다. 유수빈은 1만원이라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고 제안했지만 리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재승은 "안 받는다고 생각한 사람과 받겠다고 생각한 사람의 뇌가 완전히 다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재승은 "받겠다고 하는 사람은 전전두엽이 계산을 해서 만 원이라도 받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 받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인슐라라고 부르는 역겨움을 표상하는 영역이 활성화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재승은 "지나가다 똥을 봤을 때 활성화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정재승은 "내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서로 나눠갖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얼굴을 마주하고 실험하면 더 강해지고, 비대면으로 실험하면 더 약해진다.
정재승은 이를 양극화와 사회복지 문제와 연결시켰다. 정재승은 "돈을 많이 못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복지로 지급한다. 이때 나는 열심히 능력으로 벌었는데 저 사람에게 이 돈을 주기 싫다고 생각하면 그 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제자 이승기는 "사람이 모이는 공원이 필요하다"며 비대면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재승 박사는 "경제 계급이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고 같이 모여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을 서로 엿보고 공감해야 이익을 나누려는 마음이 든다"며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재승 교수는 젊은 세대의 햄릿 증후군이 부모님의 개입으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햄릿 증후군은 현대인이 선택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향을 보이는 증후군을 설명한다. 오늘날처럼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선택의 질이 떨어지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정재승 교수는 햄릿 증후군을 "후회를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정재승은 실망과 후회를 구분했다. 실망은 뭔가를 기대했는데 결과가 기대만 못할 때를 가리키고, 후회는 어떤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한 후 결과를 보고 다른 걸 선택했다면 얻게 될 결과와 비교해서 그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실망은 모든 동물이 하지만 후회는 다른 선택지를 선택했을 때의 결과를 시뮬레이션 해봐야 하기 때문에 고등 동물들만 할 수 있다.
정재승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에서 햄릿 증후군이 만연한 이유를 스스로 고민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승은 "부모님들이 정보가 굉장히 많아서 아이들이 고민하고, 선택하기 전에 답을 가져다 준다"며 "경험과 시행착오를 해봐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신 경쟁은 너무 치열해서 어른이 되고 났더니 한 번 잘못 선택하면 너무 치명적인 피해가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강하다"
정재승 교수는 햄릿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했다. 정재승은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후회를 즐기시라”며 “후회를 할까봐 조바심 내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신 잘 비교해서 선택하고, 다음 상황에서는 후회를 줄여나가면서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건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