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육두문자 쏟아내며 대남 맹비난…"핵보유국 상대로 객기"

대남 원색비난…미친놈·쓰레기 등 욕설 동원
"엄중 경고…참변을 피하려면 자숙해야"
'북한의 대남 강경 드라이브 예고' 관측도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 사진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담화를 통해 서욱 국방부 장관을 맹비난했습니다. 지난 1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언급했다면서 몹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것입니다. 각종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남북관계 경색을 예고했습니다.

김여정 "미친놈·쓰레기"…노골적 비난

↑ 지난해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당중앙위원회 비서가 지도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3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담화를 통해 "지난 1일 한국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광기를 드러냈다"면서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며 서욱 국방부 장관이 '객기를 부렸다'고 한 것입니다. 이어 "미친놈이다. 그리고 쓰레기이다"라면서 "동족끼리 불질을 하지 못해 몸살을 앓는 대결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자의 대결광기를 심각하게 보며 많은 문제들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한국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면서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화에 담겼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조선중앙TV 화면

박정천 비서도 "한국 군부의 반공화국 대결광기에 대하여 우리 인민과 군대가 반드시 알아야 하겠기에 나는 이 담화를 공개한다"면서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박 비서는 "한국 국방부 장관 서욱이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이라는 자리에 나서서 위험한 망발을 쏟아냈다"면서 "한국군이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 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허세를 부리면서 우리의 미사일 발사 징후라는 것을 거론해들며 발사 원점과 지휘, 지원시설을 선제적으로 정밀타격할 능력과 태세에 있다고 망언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며 군사적 대결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면서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며 "대결의식에 환장한 미친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조선반도는 정전상태"라며 "만약 한국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한국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항상 겁을 먹고 불안에 떨면서 저들 국민을 안심시키고자 허세도 부리고 대결적 망발을 내뱉는다는데 대하여서는 잘 알고 있는데 더 이상의 객기는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이기도 한 박 비서는 김정은 체제 북한 군부의 일인자입니다. 북한 핵심 권력 5인방 가운데 한 명입니다.

서욱 "발사 징후 명확하면 원점 정밀타격"

↑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1일 오전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미사일전략사령관 박용준 소장에게 부대기를 수여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을 주관하면서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현재 군은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해 북한의 그 어떤 표적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 개념을 포괄하는 전략적 타격체계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이 이뤄지고 추가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우리 군의 우수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육군과 공군의 미사일전략사령부 확대 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이뤄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정부의 군 통수권자가 모두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 증대를 실행·선언한 것입니다.

"대남 강경 드라이브 예고"

이런 상황에서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는 북한의 향후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김여정과 박정천의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의 4면 상단에 게재되었다는 것은 그들이 앞으로 대남 강경 드라이브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매우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이 선제타격을 결심할 경우 그들이 그것을 미리 탐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전략 자산과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군에 대한 감시 및 정밀타격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그들의 불안감과 열등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윤 당선인의 '선제타격론'과 관련해서는 "전시 작전통제권도 갖고 있지 못한 한국군이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탐지한다고 해도 과연 독자적으로 '선제타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북한의 보수강경파들 입지를 강화시키고 남북관계를 전쟁 직전의 심각한 상황으로 끌고 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