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고도 기회는 한 경기 뿐이었다.
꾸준히 나가야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줄 수 있을텐데 전혀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벤치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모양새다.
KBO MVP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어거스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2) 이야기다.
↑ 한신 로하스가 홈런을 친 뒤에도 벤치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되찾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사진=한신 SNS |
시즌 타율이 0.100에 그친다. 1홈런과 1타점을 올린 것이 전부다.
출루율은 0.308에 불과하고 장타율은 0.406에 머물러 있다. OPS가 0.708로 초라한 수준이다. 이 정도 성적으로 선발 출장을 원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수 있다.
하지만 로하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그 때 좀 더 밀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었다.
첫 홈런이 나온 뒤의 기용 방식이 그랬다.
로하스는 지난 3월30일 히로시마전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장 했다. 대타 요원으로 밀려 있던 상황에서 어렵게 잡은 기회였다.
로하스는 여기서 한 방을 날렸다. 첫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다음 타석에서 좌중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하지만 이후 두 타석에서 침묵했고 한신이 연패를 끊지 못해 빛이 바랬다.
한신 벤치는 홈런을 친 로하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
3월31일 히로시마전에 다시 선발로 기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안타도 치지 못했다. 네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그러자 야노 한신 감독은 다시 로하스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 버렸다. 다시 대타 생활로 접어든 것이다.
대타로는 1일과 2일 경기서 내리 볼넷을 얻어냈다. 선구안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일 경기서는 4-6으로 뒤진 9회초 선두 타자 대타로 나와 볼넷을 얻으며 기회를 만들었다. 한신은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이 찬스에서 1점을 추격하며 요미우리를 괴롭혔다. 로하스의 볼넷에서 만들어진 찬스였다.
그러나 야노 한신 감독이 로하스에게 또 기회를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스타팅 라인업이 나와봐야 그날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시범 경기서도 타율이 0.211에 그치며 신뢰를 잃어 버린 로하스다. 대타 요원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한신은 지금 개막 이후 8연패 중이다. 연패가 좀 더 길어지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다. 로하스는 그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팀의 주축인 외국인 선수 없이 토종 선수들의 파이팅으로 위기를 극복해 보겠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하스와 포지션이 겹치는 베테랑 이토이가 3할에 가까운 타율로 좋은 페이스를 보이는 것도 로하스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로하스는 이대로 잃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감할 것인가. 지금 2군에 내려간다면 복귀한다는 기약은 할 수 없게 된다. 전
지난해엔 코로나 영향으로 캠프 합류가 늦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전체 훈련을 모두 소화해낸 바 있다. 핑계거리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한신의 팀 성적이 더 떨어지면 결단의 시간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