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Z'가 러시아 전역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Z자 표식이 전광판부터 자동차, 티셔츠 등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마치 히틸러 나치의 갈고리 십자가 문양 '하켄크로이츠' 처럼 극우 민족주의 상징이자 친러 친푸틴의 선전도구로 쓰이는 모습이다.
Z표시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직전 국경지대에서였다. 당시 흰색 'Z' 표시가 칠해진 러시아 탱크·장갑차들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Z 표지를 잇따라 올리자 정부 주도 선전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 평행봉 부문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이반 쿨리악은 동메달을 딴 후 가슴팍에 테이프로 만든 알파벳 'Z'자 표식을 붙인 채 시상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FIG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의미로 러시아 국기 사용을 금지하자 대체 상징물로 Z자 표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Z표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BBC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부 친러 반군 세력 집결지인 돈바스 지역 공화국들의 독립국 선언을 승인한 날짜(2월22일)를 대표하는 숫자 '2'로 인식됐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Z가 러시아군 주요 주둔지역인 서쪽(Zapad)을 뜻한다거나 전장에서 각기 다른 임무를 맡은 부대 간에 주둔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표식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인터넷 매체 렌타는 러시아 국방부 인스타그램 계정을 인용해 Z가 '승리를 위하여(Za pobedu)'라는 뜻의 문구에서 앞글자를 따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러시아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으려는 목적의 글자인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Z표식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져 나가
미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복역하고 난 뒤 귀국해 여당 통합러시아당 소속 하원 의원이 된 마리나 부티나는 옷에 Z자 휘장을 두르는 법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나섰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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