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코덱스 WTI원유선물'상장지수펀드(ETF)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 미국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세를 점친 결과다.
증시가 하락장임에도 불구하고 석유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현상은 뉴욕증시에서도 비슷하다. 올해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위주'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연중 기준 각각 8.31%, 13.04% 급락한 반면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 ETF(USO)는 10.85% 상승한 바 있다. 연중이라 함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가장 최근 거래일인 지난 21일까지를 말한다.
유가가 오르는 배경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 등 경제 성장에 따른 증가와 올해 겨울 미국 내 기록적 한파에 따른 난방유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하루 단위 원유 수요는 1억80만 배럴로 지난해 대비 4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에서는 두 가지 전운이 겹쳐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우선 중동 지역에서는 지난 주 예멘 반군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상대국 수도 공격에 나선 가운데 주요 산유국인 UAE 석유 시설도 공습을 받았다. 이 때문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 가격이 배럴 당 85달러를 넘기고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이 90달러를 향해가면서 두 원유는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하반기에는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랜시스코 블랑쉬 상품·파생상품 연구 책임자는 지난 주 연구 메모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브렌트유가 120달러로 뛸 수 있다"면서도 "유가 100달러 돌파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며 올해 하반기 이후 평균 80달러 수준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위기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사태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해 3분기에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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