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 30만원 선고를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구조 등에 비춰볼 때 A씨로서는 '2차 피해'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며 "신고하지 않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6년 4월4일 모 주식회사의 전 마케팅팀 사원 A씨는 회사에 사직 의사를 표시한 뒤 다음날 전국 208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이메일을 보내 1년5개월 전인 2014년 10월 HR팀장(사건 당시 영업지원팀장) B씨가 회식자리에서 강제로 손을 잡는 등 신체접촉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성희롱했다고 폭로했다.
B씨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테이블 아래로 손을 잡았고 술자리가 끝날 무렵인 20:59께부터 23:49께까지 12회에 걸쳐 '오늘 같이 가요',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싫음 반대편',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답 못 넣은거니' 등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에는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 남녀고용평등법 중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및 예방 등 관련 규정이 첨부됐다.
이에 B씨는 A씨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A씨의 의사에 반해 손을 잡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B씨는 A씨가 먼저 B씨의 손을 여러 번 잡았고 1차 술자리에서
앞서 1, 2심은 A씨가 비방을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냈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본사에서 일하다가 지역 매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되자 돌연 B씨의 1년5개월 전 행동을 문제 삼았다는 취지였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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