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농사 선전화 / 사진=연합뉴스 |
북한이 연초 대대적인 식량 증산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농사에 필요한 퇴비 생산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퇴비 패스’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퇴비 과제를 수행한 인원만 시장 출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3일에 한 번씩 1인당 분토 300kg을 바치라는 시당의 요구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북한 여성들은 시당의 요구를 수행하기 위해 새벽마다 변소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가족들의 인분을 창고에 보관하며 분토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당이 요구하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워 연탄재에 물을 버무려 바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분토가 아닌 연탄재로 땅이 푸석거려 밭의 지력을 더 망가뜨리고 있다’, ‘시내에서 분토를 매일같이 생산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한 시장은 오늘(10일)까지 시장 운영시간을 1시간 축소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퇴비 생산 마지막 날인 내일(11일)까지 1시간이라도 더 시간을 쏟으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북한에서는 이번 ‘퇴비 패스’를 놓고 ‘생존권 침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 북한 주민은 “이미 퇴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시장 활동을 많이 못하고 있는데, 11일부터 매대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시장은 주민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시장 통제에 당연히 주민들은 ‘죽으라는 건지 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모든 과제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내려지고 있다”며 “여성들은 내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하고 나랏일도 해야 하니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라고 한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7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중 2일 차 회의에서 농촌 발전을 단일 의제로 논의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모
조선중앙통신은 “땀방울이 아니라 핏방울을 쏟아붓는 심정으로 온 넋을 다해 농사를 잘 지어 그 어떤 생산 숫자가 아니라 인민들의 밥그릇의 높이로써 당과 조국을 받드는 충성심과 애국심을 검증받을 것”이라는 한 농민의 소감을 전하며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정신력을 강조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