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숨진 소방관 세 분은 유독가스가 가득한 화재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하다 질식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질식사는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의 70%를 차지할 만큼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장비나 교육, 제도는 많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상주 기자입니다.
【 기자 】
숨진 소방관들은 최대 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오전 9시 8분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9시 30분 마지막 교신 후 낮 12시 22분께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모두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유독가스 속에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도 직접적인 화염보다 연기로 인한 피해가 더 컸습니다.
매년 4만여 건의 화재로 2,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데, 70%가 독성가스에 의한 질식사고입니다.
방독면 같은 호흡 장비가 도움이 되지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조차 거의 비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아파트 관리실
- "(호흡기를)공동구매 하려고 했어요. 입주민들이 그렇게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공공시설에는 방연마스크가 비치됐지만 10kg가 넘는 무게와 복잡한 사용법을 고려하면 노약자나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 인터뷰 : 이성우 / 산소호흡기 업체 대표
- "가볍고 경량화된 자급식 산소호흡기라고 하는데 네 시간까지는 자체적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호흡할 수 있는…"
전문가들은 시민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법령으로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아파트 세대에도 공공기관처럼 방독면(자가 호흡기)을 의무적으로. 우리나라의 안전의식 수준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법으로 제도화하지 않으면 일부에 그치는."
순식간에 참사로 이어지는 화재 앞에서는 소화기 외에 30분의 골든타임을 지켜줄 수 있는 다양한 소방물품을 꼭 준비해 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이상주입니다.
영상취재 : 김형균 VJ
영상편집 :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