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범위 초과, 국가 배상 인정"
↑ 뒷수갑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사진 = 연합뉴스 |
경찰이 수갑을 채우자 숨을 못 쉬어 숨진 정신질환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총 3억 2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의 가족은 2019년 1월 정신질환을 앓던 A씨가 이상 증세를 보이자 소방과 경찰에 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등은 흉기를 든 A씨를 제압하기 위해 양손과 발목을 묶어 침대에 약 10 분간 엎드리게 한 채 방치했습니다.
이후 구급 대원이 도착해 A씨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A씨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무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한 뇌사 판정을 받고 같은 해 6월 사망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이 더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뒷수갑을 채우고 양발을 포박한 것은 법에서 정한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범위를 초과한 것"이라며 "경찰관들의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A씨가 손에 흉기를 들고 있던 것에 대해서는 "칼을 2∼3개 겹쳐 쥐고 있는 것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자신에 대한 공격적인 상황에 심리적 공포를 느낀 상태에서 취한 행동"
재판부는 다만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A씨의 이상행동이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유족이 청구한 금액의 50%만 배상액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족은 사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과 구급대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북부지검은 사건을 수사한 뒤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