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 김영희 선수를 기억하시나요?
2m가 넘는 키로 1980년대 '영희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왕년의 농구스타가 투병 중에 모처럼 미소를 띠었습니다.
전광열 기자입니다.
【 기자 】
다세대 주택 2층의 단칸방에서 마주한 1980년대 농구스타 김영희 씨는 거동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로 심장과 장기 등이 계속 커지는 말단비대증으로 투병한 지 34년째.
뭔가에 의지해야 움직일 수 있고, 합병증 때문에 하루에 수십 알씩 약을 먹어야 합니다.
지난여름엔 생사의 고비를 맞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김영희 /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 "머릿속에 30년 전에 수술했던 부위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한 2개월 있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지난달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을 통해 근황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샀던 김영희 씨.
방송 이후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힘쓰고 위상을 높인 김영희 씨를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이 김 씨를 찾아 특별보조금을 전달했습니다.
"아주 작은 연말 선물입니다."
"고맙습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던 1987년 11월 뇌수술로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은퇴식도 없이 코트를 떠나야 했던 김영희 씨.
단칸방 장식장에 있는 녹슨 훈장과 트로피, TV에서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프로농구 경기는 농구에 대한 그리움의 흔적입니다.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 추운 겨울을 보내다 모처럼 미소를 띤 김영희 씨는 잊지 않고 기억해준 팬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보답을 해야죠. 이 큰 키가 아깝지 않게. 저도 감사하고 행복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MBN뉴스 전광열입니다. [revelg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