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현금 인출기 위에 지폐를 쌓아두고 돈을 보내던 보이스피싱범이 백신을 맞으러 가던 경찰 눈에 딱 걸렸습니다.
한눈에 보이스피싱인 걸 직감했다는데, 당시 경찰이 기지를 발휘한 모습이 CCTV에 생생하게 찍혔습니다.
박상호 기자입니다.
【 기자 】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성이 현금 입출금기 앞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립니다.
이어 가지고 온 종이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어디론가 입금합니다.
돈이 얼마나 많은지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습니다.
때마침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가던 경찰관이 이 모습을 보고 내부를 유심히 살핍니다.
▶ 인터뷰 : 정찬오 /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 "부스 위에 돈다발이 잔뜩 있더라고요. 1만 원짜리, 5만 원짜리. 아무래도 보이스피싱범일 가능성이 크다…."
정찬오 경감은 112에 먼저 신고한 뒤 순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급히 돈을 찾으러 온 사람처럼 말을 걸고는 부스 안에 들어가 먼저 ATM기를 좀 쓰면 안 되겠느냐며 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도착한 순찰차.
경찰이 남성을 추궁했더니 예상대로 보이스피싱 자금 전달책이었습니다.
▶ 인터뷰 : 정찬오 /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 "보이스피싱 (사건) 기록은 제가 수사심사관 하면서 계속 보고 있고, 범죄수법도 계속 관찰하고 있고, 그래서 아무래도 조금 관심 있게 봤던 거 같아요."
경찰 생활 35년 중 26년을 수사부서에서 일한 정 경감은 정년을 1년 앞둔 백전노장이었습니다.
베테랑 경찰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기지 덕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날릴 뻔한 돈 2천여만 원도 지켰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이범성
영상제공 : 부산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