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역할? "굳이 제가 해야하나"
"5년 단임 대통령 한계·비극"
"한나라당 천막당사 마음으로 비상사태 선포라도 해야"
"향후 서너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
"의전·권위 중요해지면 정치 그만둘 때 된 것"
"5년 단임 대통령 한계·비극"
"한나라당 천막당사 마음으로 비상사태 선포라도 해야"
"향후 서너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
"의전·권위 중요해지면 정치 그만둘 때 된 것"
↑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오른쪽)이 2019년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자신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정치에서 퇴장하겠다면서도 이재명 캠프에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양정철 "문재인 대통령 퇴임 맞춰 정치 퇴장"
17일 양 전 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간담회 참석 전 기자들과 문답에서는 대선에서 역할을 할 것이냐는 말에 "굳이 제가 해야하나. 그것 때문에 의원들 만나는 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습니다. 외곽에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저도 이번 대선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정치에서 퇴장할 계획"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어떤 면에서 정치적 고별의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원래 지난 대선을 끝으로 제 역할 끝났다고 생각했었다"며 "지난 총선 앞두고 간곡한 부탁을 받아 다시 당에 복귀해 가외(加外)의 일을 했지만 그게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등 세 번의 큰 선거에서 다 승리하고 좋은 결과 낸 것으로 나름의 시대적 소임과 공적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더 여한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우리 당도 변화가 필요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주도해야"한다며 "이번 대선엔 당인의 도리를 다해 밖에서 필요한 일 돕고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은 하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5년간 어떤 공직도 맡지 않고 백의종군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과 다짐을 끝까지 잘 지키고 퇴장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3~4주가 5년 좌우"
운을 길게 띄우며 꺼낸 본론은 의미심장했습니다.
현재 이재명 캠프를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했습니다. 상황이 엄중하고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앞으로 서너 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지율 정체에 빠진 이재명 캠프가 한 달 내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특징과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양 전 원장의 메시지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습니다.
◆ 대선 특징 : 변화 욕구·스트롱맨·10년 주기설 무의미
양 전 원장은 "양당 모두 국회의원 경력 전혀 없는 후보들 간 대결은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처음"이라며 "정치불신과 변화의 욕구를 반영한 패턴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DJ와 YS에서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등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이 점점 '신예화' 됐다며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양당에서 선출된 것도 "여의도 주류정치 출신이 철저히 배격당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는 정치불신과 급격한 변화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또 바람직한지와 별개로 "창업형과 승계형 지도자가 교차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승계형 지도자(박근혜·문재인) 기간에 대한 반작용에서 오는, 창업형의 보다 강력하고 보다 굵은 이미지 대통령 요구가 차기에 반사 투영"됐다고 봤습니다.
그간 정치권에서 회자되던 '10년 주기설'에 대해서는 "이번엔 의미 없다"며 "왜냐하면 이제까지의 정권 재창출은, 각각 그만큼의 특성과 각별한 마케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87년 직선제 이후 집권당이 무난하게 정권 재창출을 한 사례가 노태우, 김영삼, 박근혜의 세 경우인데 모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당이었지만 '다른 당 다른 대통령상'을 연출했다는 것입니다. 집권당 내에서 야당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는 전략이 이번 대선에서도 먹힐지는 의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한국 정치 사이클이 점점 빠르고 변화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인상 비중 투표성향도 증가했다고 봤습니다. 이미지와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스피디한 트렌드 변화'가 대세라며 "한편으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인 측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제도 하에서는 5년 단임 대통령에 대한 피로도와 심판여론이 임기 말로 갈수록 높아지는걸 누구도 피할 수 없다"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 한계와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불완전한 권력체제'와 '리더십 위기 극복'을 한국정치의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고질적 이념적 진영논리와 증오·대결의 정치문화 극복 없이 성공하는 정부나 대통령도 나오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 대선 키워드 : 코로나·경제·미래
먼저 코로나와 관련해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는 국가 재정운용 전략과 바이오신약 대책, 새로운 방역 의료체계에 따라 국민 삶이 달라진다며, 현재 상황은 여당과 야당이 모두 종합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현 정부 코로나 대응이 우수한 편인 것에 비해 민주당이 이슈 선정을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에 대해서는 대선이 본격화되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먹고사는 문제가 대선에서 이번처럼 뒷전인 경우도 드물다"고 했습니다. 이어 "경제는 우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띄고 있는 분야인데 한 달 먼저 후보 확정하고도 다양한 경제이슈를 선점하지 못해 뼈 아프다"고 했습니다.
미래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5년이 한국의 G7 도약 분기점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어떤 미래를 꿈꿀지, 우리나라가 어느 방향으로 도약하고 뻗어갈지 목표를 제시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당, 포지티브한 비전을 내놓는 쪽에 상당한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의힘과 차별화를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대선에서 관건은 중도확장 싸움"이라며 "현재 우리 쪽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2~3주 안에 궤도수정하지 않으면 현재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다는 것이 양 전 원장의 관측입니다.
"누가 이기든 '성공하는 정부·대통령' 어려워"
대선 이후 과제로는 '협력과 통합의 정치'를 꼽았습니다. '역대 최악'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누가 이기든 '성공하는 정부, 성공하는 대통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와 비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의 8, 90%가 진보 대 보수 가치의제가 아니라 상대 당이 하면 무조건 반대"라며 "세계는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죽기살기로 싸운다"고 자조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앞으로"라며 "단 5년 만이라도 정치적 휴전을 하고 여야가 힘을 합쳐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을 6, 7위 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초당적 협력 실험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 정치문화와 시스템으로는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장점을 다 겸비한 초인이 설사 등장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리가 집권해도 저쪽 당(국민의힘)과 통합형 협치내각을 구성해, 진보·보수 뛰어넘는 국가적 목표를 중심으로 초당적 협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범진보 의석이 190석인 상황에서 식물대통령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절박함 안 보여" 민주당에 쓴소리
양 전 원장은 현재 민주당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 시인의 시 '그 날' 마지막 대목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며 "의원들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 하고 있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대선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본다"며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책임있는 자리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 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하는 것,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탄식했습니다.
선대위에 대해서는 "희한한 구조. 처음보는 체계"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이어 "명확한 의사결정구조를 못 갖춘 매우 비효율적 체계"라고 비판하고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러면서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고 중심을 잡아 콘트롤 타워 역할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아직은 늦지 않았다면서 "향후 서너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동냥벼슬' 생계형 직업 정치인 전락 바람직하지 않아"
양 전 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 의원이든 특정 분야 정책 전문성 잃으면 보람이 없어지고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는 점 잊지 말아주셨으면 한다"며 전문성을 잃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동냥벼슬'이 돼 생계형 직업 정치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선수(選數)만 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또한 "대접받는 것이 좋아지고, 누리는 것이 익숙해지고, 의전이나 권위가 중요해지면 정치 그만둘 때가 되었다는 자각을 하시면 좋겠다"면서 "스러짐의 미학을 아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라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자신부터 바꾸라고 일갈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