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 후 해외 원조 중단…설비·인력 부족 심각
↑ 아프간 카불의 어린이 병원에서 아기 3명이 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받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현지 어린이 병원도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큐베이터 하나를 아기 3명이 나눠 쓰는가 하면, 의료 인력과 용품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26일 로이터통신은 아프간 수도 카불의 인디라 간디 어린이 병원에서 빚어지고 있는 의료 설비 부족과 인력난 등 안타까운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환자 병동에서는 아기 3명이 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터는 미숙아나 특별 치료가 필요한 아기를 넣어서 키우는 기기로, 대개 한 곳에 아기 한 명이 배정됩니다.
일반 병실에서는 두 아기가 한 침대를 나눠 쓰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최근 아프간 의료 서비스가 붕괴하면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환자로 넘치는 상황입니다. 특히 카불의 병원에는 인근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이 병원의 대기실도 치료를 원하는 아기와 그 부모로 혼잡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병상 360개를 갖춘 이 병원은 이미 450명을 입원시킨 상태라 추가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8개월 된 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아르주는 다섯 자녀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영양실조와 관련된 병으로 숨졌다며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 물탱크까지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 아프간의 한 병원에서 아기 두 명이 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오랜 내전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던 아프간 의료 시스템은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장악하면서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병원 운영을 지탱해주던 외국 원조가 끊어지면서 현지 의료 체제가 최악으로 치닫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국제사회의 아프간 의료서비스 지원 프로젝트인 '세하트만디(Sehatmandi)'의 운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은행과 미국 국제개발처, 유럽연합(EU)은 2018년 7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 6월까지 6억 달러(약 7,0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자금 지원을 받는 곳은 전국 보건의료 시설 가운데 약 3분의 2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지원 등이 막히자 의료진 월급 지급, 의료용품 구매 등도 몇 달째 멈추고 만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완화할 국가 재원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입니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10조 5,000억 원)는 동결된 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 인력 부족 상황도 심각합니다. 평소 한 번에 아기 서너 명을 돌보던 이 병원의 간호사는 이제 20명 넘는 아기를 동시에 살펴봐야 합니다. 의료진 상당수가 탈레반 통치를 피해 해외로 탈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 병원 의료진들은 사명감만으로 환자를 돌보는 실정입니다.
의사 사이풀라 아바신은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병원 부원장인 모함마드 라티프 바헤르는 "유엔아동기
이런 아프간의 현실과 관련해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25일 긴급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린이 등 아프간 국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 동결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