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 합리화된다면 민주주의 불구도 용서된다는 식”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재평가’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일자 비판을 수용한다며 유감을 표명한 가운데 1979년 윤 전 총장과 같은해 서울대에 입학한 동기는 “네가 그렇게 살아왔다는 자백으로 들린다”며 맹비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의 동기동창 기춘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과 나는 대학 동기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기 전 이사는 70년대 말 대학 입학 당시를 회상하며 “캠퍼스에 학생보다 형사가 더 많았다. 학교 안에서 시위를 해도 10분이면 주동자를 잡아가 3년 정찰제 징역을 매겼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정희가 죽은 다음 민주화 열기는 전두환의 탱크에 짓밟혔다. 광주에서 시민들을 살육했다. 캠퍼스는 공수부대 주둔지가 됐다.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은 아닌 밤에 홍두깨로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며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나처럼 조용한 학생도 학생 운동으로 몰아세웠다”고 했습니다.
기 전 이사는 “전두환은 몇 달 후 학교 문을 다시 열면서 학생들을 매수하려고 했다. 갑자기 엄청난 장학금을 풀었다”며 “조교 형님이 나더러 우리 동기들의 장학생 명단을 만들어 오라고 하는데,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상황이라 대충 서울에서 먼 순서대로 써서 보냈다. 장학금 줬으니 전두환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2년 지나고 보니 써진 순서대로 감옥에 갔다”고 했습니다.
또한 “전두환 정권은 학교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학원 안정법까지 만들려고 했다”며 “서해 외딴섬에 수용소를 만들어 시위할 우려가 있는 학생은 가두겠다는 발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당시 경제를 김재익 전 경제수석이 맡아 당시 3저현상이 있었지만 잘 돌아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기 전 이사는 “전두환 시절에 경제가 잘 돌아갔다고 말하지만 이는 바닥을 친 박정희 말기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라며 “강제로 기업 소유권을 재편한 후 ‘3저(低)’라는 대외적 환경이 재벌들의 몸집을 불리는 데 큰 기회로 작용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를 두고 전두환이 정치를 잘한 것으로 말하는 분들도 있고 윤석열 같은 X들이 부화뇌동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두환은 이를 본인 주머니 채우는 기회로 활용했다”며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전두환과 노태우가(家) 재벌들은 공갈쳐 조 단위로 뜯어낸 것이 밝혀졌고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전두환은 그때 빼돌린 돈을 아직도 숨겨두고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왔는데 전혀 다른 기억을 하고 있다. 쿠데타하고 광주에서 학살한 것만 문제일 뿐 다른 일은 잘했다는 식”이라며 “결과만 합리화할 수 있다면 헌법 체계를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불구로 만든 것도 용서할 수 있다는 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총
한편, 기 전 이사는 2003부터 2006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에서 행정관을 지냈습니다. 2018년 2월 재외동포재단 사업 이사로 임명됐다가 임기 7개월을 남기고 해임됐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