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최정 9단이 ‘신산’ 이창호 9단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 끝에 역전승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5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5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본선 22국에서 최정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21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최정 9단의 승리로 숙녀팀이 신사팀에 종합전적 12승 10패로 승리하며 열다섯 번째 ‘반상의 월화드라마’도 막을 내렸다.
지지옥션배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경기로 꼽혔던 최정 9단과 이창호 9단의 맞대결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드라마 같은 한판 승부였다.
↑ 왼쪽부터 최정 9단, 이창호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
이창호 9단으로선 우상귀에서 백136의 단수 팻감을 불청한 흑137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됐다. 이 수로 138로 빵 따냈으면 더 쉽게 판세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후 승부는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최정 9단의 우변 치중수 한방(백202)이 이창호 9단의 연승행진을 잠재우는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국후 인터뷰에서 최정 9단은 “워낙 변화가 많아 너무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마지막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이창호 사범님과 둘 수 있어 좋았고, 우리 팀 선수들이 기뻐할 것 같은데, 그걸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은 특별 전화인터뷰에서 “바둑을 보면서 너무 흥분해 제대로 감상을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15회 동안 이번 대회가 가장 흥미진진한 대회였던 것 같아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미국에 사는 후배가 미국에서도 보는 팬이 많다고 해 감회가 깊었다. 모두 합심해 한국 최고의 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감상을 전했다.
숙녀팀 김윤영 4단의 3연승으로 포문을 연 이번 대회는 신사팀 서무상 9단이 3연승으로 반격했고, 숙녀팀 조혜연 9단의 2연승과 신사팀 한종진 9단의 4연승, 숙녀팀 오유진 8단의 4연승이 이어지며 숨 막히는 접전을 이어갔다.
신사팀 안조영 9단이 오유진 8단의 연승을 저지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숙녀팀은 조승아 4단이 2연승으로 승기를 잡았고 신사팀 마지막 주자 이창호 9단이 2연승으로 희망을 이어갔지만 최정 9단이 대미를 장식하며 결국 숙녀팀의 아홉 번째 우승에 마지막 점을 찍었다. 8월 말 출산해 산후조리 중이던 오정아 5단은 최정 9단의 활약으로 대국 없이 우승의 기쁨을 함께하게 됐다.
만 40세 이상(1981년생까지 포함) 남자기사와 여자기사가 12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린 지지옥션배의 우승상금은 1억2000만 원이다. 또한 3연승 시 2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이후 1승당 1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는 규정에 따라 김윤영 4단, 서무상·한종진 9단, 오유진 8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 제15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제한 시간은 각자 20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으며 본선 모든 경기는 매주 월·화요일 오후 7시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박찬형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