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선 출마 물음에 확답 피해
필리핀 복싱 영웅 파퀴아오 후보 등록
↑ (왼쪽부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매니 파퀴아오 / 사진=연합뉴스, MK스포츠 |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출마를 선언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여론이 악화하자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자신의 딸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시사했습니다.
오늘(3일) 3일 현지 매체 ABS-CBN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다바오 시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해당 발언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이 부통령 등록을 마친 후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사라 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고 상원의원이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게 맞냐는 취지로 '사라-고'가 확실하냐고 물었고,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라-고"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딸이 대선 후보 등록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난 정말 모른다. 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며 "딸과 나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확답을 피했습니다.
이를 두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딸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영향력을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이기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선출직에는 나설 수 있기에 필리핀 집권당 'PDP 라반'의 두테르테 계파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두테르테를 내년 부통령 선거 후보로 추대했습니다.
이에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고, 실제로 필리핀 여론조사 기관인 SWS가 유권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6명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부통령 출마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우선은 반대 여론에 '정계 은퇴'로 한 발 물러서되 딸을 대통령 자리에 앉힘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사실상 장기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주를 이룹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 해리 로케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계 은퇴 발언과 관련해 "그가 부통령직에 관심이 없다는 것만이 확실하다"며 향후 정치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사라 시장에 앞서 지난 1일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가 대선 후보에 등록하며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파퀴아오는 자신이 대선주자 선호도 4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가난한 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어 "내 우선순위는 팬데믹을 해결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파퀴아오와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 우호적인 관계였으나, 파퀴아오가 지난 6월 남
한편, 사라 시장은 현재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사라 시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부녀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