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 의원 “역사 모욕”
조각가 “나는 단지 인체를 사랑할 뿐”
조각가 “나는 단지 인체를 사랑할 뿐”
이탈리아에서 애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성 동상이 시스루 의상을 입은 것처럼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남성 우월주의의 해악이라며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해당 동상은 지난 25일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 주 사프리에서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참석한 행사에서 공개됐습니다.
동상은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루이지 메르칸티니(Luigi Mercantini)의 ‘사프리의 이삭 줍는 사람’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사프리의 이삭 줍는 사람’은 1857년 사회주의자 카를로 피사칸의 실패한 나폴리 원정기를 그린 시입니다. 시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원정에 나섰다가 죽은 300명에 대한 애착을 담아 바다를 바라보며 노래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이 여성은 애국적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동상의 여성 신체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을 놓고 이탈리아 팔레르모 지역 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 그룹은 해당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영혼도 없고, 이 이야기의 정치적·사회적 문제와 관련이 없는, 성적으로 묘사된 우리 자신을 보게 되는 부끄러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의 로라 볼드리니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이 동상은 여성과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기관들은 어떻게 이렇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냐. 남성 우월주의는 이탈리아의 병폐 중 하나”라고 꼬집었습니다.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조각가 에마누엘레 스티파노는 작품 의도에 대해 “해안가에 위치해야 했기 때문에 바닷바람을 이용해 긴 치마를 움직여
이어 “작품을 온전히 나에게 맡겼다면 아예 누드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단지 인체를 사랑한다”며 “나는 나 자신과 역사와는 아무 상관 없는 모든 종류의 비난에 시달렸다. 조각상을 만들 때 항상 성별과 관계없이 인체를 최대한 적게 가린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