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갈등 증폭
조희연 "소통 미흡…유감의 말씀"
조희연 "소통 미흡…유감의 말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정책에 반대하는 서울지역의 학부모들은 내일(15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견을 밝힐 예정입니다.
새 학교 짓는다는데…반대 이유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준공 이후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 학교의 총체적 환경개선 사업'입니다. 세부적으로 리모델링과 전면 개축으로 나뉘는데, 서울에서만 2025년까지 모두 2백여개 학교가 사업 대상입니다. 정부 예산 18조 원 정도가 투입됩니다.
학부모들은 사업 기간에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합니다. 실제 사업 대상학교 가운데 일부 학생의 경우 강제전학 조치나 임시교사에서 학습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조 교육감은 14일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에 학교를 휴교하고 학생들을 인근 학교에 분산배치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인접한 학교에 유휴 건물이 있어 학교의 수업이 크게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경우, 인근의 대체부지에 임시 교사를 설치해서 수업을 지속하는 경우, 학교 건물 중 일부를 철거하고 다른 건물에서 수업하는 단계적 철거-개축 방식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부 학교에선, 졸업이 임박한 고학년 학부모님은 사업을 찬성하는 반면, 해당 학교를 더 다녀야 하는 저학년 학부모님은 반대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통한 불이익이 특정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집중될 가능성을 상정해 대비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취학 아동을 둔 서울의 한 학부모 A 씨는 이에 대해 "워킹맘 상당수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직장을 그만둔다. 애들 등하교 시키는 문제 때문"이라며 "그나마 집 근처 제일 가까운 초등학교에 갈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공사한다고 강제전학시키면 어쩌란 말이냐. 복장이 터진다"고 분개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B 씨도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보내고 간신히 돌봤더니 이제는 모듈러교실에서 공부하란다. 화재 등 안전문제도 학부모들이 뭐라하니 뒤늦게 대책을 세웠다는데, 답답한 일처리에 화가 나 자다가도 벌떡벌떡 깬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학교복합화'에 대해서도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교복합화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문화복지시설을 융합해 학생과 지역주민이 공유하도록 하는 개념입니다. 폐쇄적인 학교공간을 지역생활의 중심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지역공동체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토록 하자는 것입니다. 다만,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범죄 노출을 우려합니다. 이용 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학생과 주민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는 보완책에 대해서도 불신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나형 서울 대곡초 학부모회장은 "각 학교에 부여된 자율권은 학교장의 절대 권력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학교 내의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와 학부모회는 학교장의 뜻만 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이나 교육부는 학교의 자율성을 강조해놓고 일방적으로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각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는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은 것뿐만 아니라 짓밟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희연·유은혜 불통 사과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는)과정에서 학부모님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어렵게 예산을 마련한 사업이고, 개별 학교의 오랜 민원을 해결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공사 기간에 재학생이 겪을 수도 있는 불편함에 대한 다양한 대안 제시와 소통은 미흡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에 대해선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개별 학교 상황에 따라 '사업 중단'의 가능성까지도 열어놓고 소통을 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사업추진 과정에서 소통이 미흡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유 부총리는 1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가상설계 및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는 전제조건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일들과 관련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세심하게 챙기고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학교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상의하며 함께 해나가지 못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일부 학교에서 문제가 된 부분에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소통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동연 "정책실패, 소통 문제"
이런 가운데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정책실패'에 대한 통찰이 큰 시사점을 던집니다.
김 전 부총리는 어제(13일) 유튜브에 올린 '김동연이 제시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 『대한민국 금기깨기』 북 콘서트 2화' 영상에서 "정책은 일련의 정책 순환 과정을 거친다. 사회문제의 인식과 정책이슈의 분석, 정책목표 설정과 대안 모색, 사람·예산의 투입, 정책 집행과 환류"라며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완벽하고 훌륭해도 정책이 실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왜 그럴까를 고민하며 워싱턴 월드뱅크에서 일할 때 깊이 고민하며 만든 말 중 하나가 '정책실패'"라며 "가장
이어 "그래서 성공적 정책을 만드는데 있어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반 이하고 반 이상은 국민과의 소통 방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당국이 깊게 새겨들을 대목으로 보입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