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생방송 성폭행 전과자 출연 논란
진행자, 피해자 존엄 훼손 발언…"여자들이 즐겼냐" 망언까지
"강간은 범죄이며 서커스 주제가 아니다" 비난 여론 확산
진행자, 피해자 존엄 훼손 발언…"여자들이 즐겼냐" 망언까지
"강간은 범죄이며 서커스 주제가 아니다" 비난 여론 확산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한 방송국의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성폭행 전과자를 출연 시켜 범행을 재연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범행 재연을 돕고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한 유명 진행자는 사실상 방송계에서 퇴출당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일 BBC, TV5의 보도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민영 방송사 NCI(La Nouvelle Chaîne Ivoirienne·New Ivorian Channel)는 8월 30일 유명 진행자 이브 드 음벨라의 생방송 프로그램에 성폭행 전과자를 출연시켰습니다.
본래 해당 방송은 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밝혔으나 실제 방송에서는 마네킹까지 동원해 범행을 재연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진행자는 성폭행범에게 웃으며 마네킹을 건네고 바닥에 눕혀 자세를 조정하는 것까지 도왔고 강간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그는 성폭행범에게 희생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날씬한 여성과 뚱뚱한 여성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물었습니다. 심지어 “희생자들이 성폭행을 즐겼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재연이 끝난 뒤에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성폭행범에게 '조언'을 부탁했고 성폭행범은 "낮에는 성폭행하기 어렵다"며 "밤늦게 혼자 걷지 말고 늦게 나가면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방송을 본 코트디부아르와 아프리카 전역의 시청자들은 분노해 항의했습니다. 이에 진행자는 “범행 후 21년간 죄를 뉘우치며 산 전과자였고, 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방송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사실적 재연으로 충격을 받았을 성폭행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습니다.
NCI 방송국도 사과하며 진행자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의 취소 및 조기 종영을 약속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나세네바 투레 여성부 장관은 "해당 방송으로 성폭행 근절을 위한 모든 노력이 약화됐다"며 "강간은 여전히 범죄이며 서커스 주제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명 스포츠 스타인 마리-조제 타 로우는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을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생각은 해보았느냐”고 비난했으며 성폭력 반대 운동가 베네딕테 조안 오암바도 “생존자로서 방송을 보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진행자 처벌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이틀 만에 5만 명이 서명했으며, NCI 방송국 앞에선 강력한 쇄신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코트디부아르 독립통신협의회는 성폭행을 묵인하고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며 진행자에게 30일간 활동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와 별개
[정다빈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db98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