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됐지만, 민간 개방 화장실의 안전문제는 여전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과 동행 취재했더니, 여자 화장실 벽면에는 구멍 흔적이 숭숭 나있고, 비상벨은 먹통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포커스엠에서 김민형 기자가 현장을 고발합니다.
【 기자 】
서울 광진구의 한 여자 화장실입니다.
지난 6월 말, 화장실에 숨어 문에 뚫린 구멍으로 옆 칸 여성을 훔쳐 보던 20대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이곳은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시민에게 개방한 화장실입니다.
▶ 스탠딩 : 김민형 / 기자
-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두 달이 지났지만 이렇게 여전히 비상 안심벨도 없고 곳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관리 책임은 화장실 건물주에게 있지만, 건물주에게 추가 비용을 들여 안전 장치를 마련하도록 강제하긴 어렵습니다.
건물주는 매달 10만 원 이하 지원금을 받지만, 화장지 같은 비품이나 청소 비용으로 쓰기도 벅찬 게 현실입니다.
- "(문 구멍을) 막아야 돼요. 근데 오만 거 다 해 놔도 다 뜯어버려요."
구청 측에 보수 비용이나 비상벨 설치비를 지원할 수 있는지 묻자, 근거가 되는 조례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공중화장실법상 비상 안심벨을 설치해야 된다는 근거 조항이 있지만, 지자체 조례에는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비상 안전벨이나 시설 보수 비용 등 안전 예산을 지원하는 근거가 되는 조례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입니다.
범죄 우려에 경찰이 화장실 문에 뚫린 구멍을 일일이 실리콘으로 메우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 조대현 / 서울 광진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장
- "옆 칸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뚫려 있어서 지금 메워놓은 상태입니다. 지구대에서도 집중적으로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비상안내벨이 설치된 송파구의 한 민간 개방 화장실입니다.
비상 상황에 벨을 누르면 경비실에 경고음이 울려야 하지만, 수 차례 눌러 봐도 먹통입니다.
- "아까는 울렸는데…. 확실히 모르겠는데. 소리 안 나니까 모르죠."
서울시내 민간 개방 화장실은 1,070여 곳.
곳곳에 안전장치 풀린 화장실에 가야 하는 여성 이용자들에겐 겁나는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MBN뉴스 김민형입니다. [peanut@mbn.co.kr]
[영상취재:김진성 기자, 영상편집:송지영, 그래픽:임지은]
#MBN #MBN뉴스 #개방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