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서 "축하받는 자리이니 넘기자"
아버지 고향 친구 딸 '여자컬링 김은정' 선수 만나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딴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이 중국 선수의 욕설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습니다.
김소영과 공희용(25·전북은행)은 조별리그와 4강전에서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에 연달아 졌습니다. 이 때 천칭천은 김소영-공희용에게 점수를 내줬을 때는 물론 점수를 땄을 때도 '워차오'라는 중국어 욕을 외쳤습니다.
이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5일, 천칭천의 경기 매너에 대해 회장 명의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사무총장과 사무국장에게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일 배드민턴 여자복식 시상대에서 천칭천-자이판을 만난 김소영과 공희용은 웃는 얼굴로 선수들을 축하했습니다. 천칭천-자이판은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 라하유에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소영은 어제(12일)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들의 욕설 논란에 대해 뒤늦게 알았다며 "저희는 천칭천이 '파이팅'을 좀 강하게 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사람들 연락을 받고 보니 욕이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 선수들이 진 다음에 시상대에 올라오기도 해서 욕설에 대한 이야기는 안 했다"며 "축하받는 자리이니 넘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천칭천도 시상대에서 따로 욕설 논란과 관련된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소영은 "얼마나 간절하면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다"며 "천칭천이 '욕이 아니라 발음 문제'라고 해명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욱 저희에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천칭천의 파트너 자이판은 한국어를 잘해 김소영-공희용과도 종종 식사를 하며 지내는 친한 사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소영은 "시상식 끝나고 자이판이 '오늘 라하유가 미쳤어. 진짜 잘했어. 우리 너무 긴장했어. 언니 축하해'라고 한국말로 하더라"라며 웃었습니다.
또 그는 "공항에서 기자님들이 저희를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으시는 것을 보고 메달을 실감했다"며 "여러 분께 축하 인사를 받으니 '메달을 따긴 땄구나' 싶었다"고 말하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것을 한국에 도착한 후 실감했다고 전했습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은 동료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과의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김소영은 "승찬이가 '언니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다 알아서 괜찮으니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즐겨'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사실 희용이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보자'는 마음으로 올림픽에 왔다. 동메달전에서 소희-승찬이와 만났을 때는 메달에 대한 간절함도 있었지만 왜 하필 여기서 만났을까 생각이 더 들었다" 이소희-신승찬에 대한 고마움과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올림픽 8강전에서 이뤄진 한일전을 꼽기도 했습니다. 김소영-공희용은 세계랭킹 2위 일본의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를 2-1로 꺾고 4강행 티켓을 얻은 바 있습니다.
김소영은 "한일전은 정말 강렬했다. 우리가 준비한 시간이 이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겨서 느낌이 남달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안경선배' 김은정(31·강릉시청)도 만났습니다.
김소영은 "은정 언니가 아버지 고향 친구의 딸이다. 아버지 고향인 경북 의성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언니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눴고, 언니가 축하한다고 해줬다"며 "의성에서 동·하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모두 나와서 경사 났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림픽 메달로 조금 더 관심을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그분들께 더 멋지고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고마운 동생 희용이와 계속 같이 뛰고 싶다. 서로 고마워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편 배드민턴 대표팀은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에 바로 돌아와 지난 10일부터 경북 울진에서 다시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