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제한 명령에 현장 복귀 어려울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결정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올 초 기대감대로 '10만 전자'에 등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으나 오늘(11일) 오히려 7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2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어제(10일, 80,200원)보다 1,75% 하락한 78,8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장중 7만 원 선에서 거래된 것은 이달 6일 이후 6거래일 만으로, 지난 4일 82,900원에 마감해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계속된 외국인의 매도로 결국 8만 원 선이 붕괴됐습니다.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지키며 이 기간에만 5,855억 원가량을 팔아치웠습니다.
삼성전자가 다시금 '7만 전자'로 후퇴한 것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3~8% 상승하겠지만, 4분기부터는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트렌드포스가 올해 D램 가격 하락을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PC용 D램은 지난달에는 2년여 만에 4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D램 현물거래가격이 하락하자 트렌드포스는 "PC OEM 업체들이 D램 재고를 많이 쌓아뒀고 유럽과 미국에서 노트북 수요가 감소하면서 PC용 D램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분기 메모리반도체로만 18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이기에 이러한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밤사이 뉴욕증시에서도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5.36%),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3.64%) 등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0% 하락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 마이크론이 4분기 D램 가격 하락 가능성이 부각되며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은 부담"이라면서도 "이러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받은 징역형에 한정된 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요소 중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등으로 최악의 경우 재수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욱이 가석방으로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경법)에 따른 5년의 취업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현장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가 경제 발전 등을 위해 가석방이 이뤄진 만큼 5년 취업 제한 명령을 유연하게 적용해달라"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과 취업 제한 해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묵시적 청탁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그리고 이 부회장이 지난달 말로 형기 60%를 채우면서 어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며 모레(13일)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고 밝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