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43만 동의…'시무 7조 신드롬' 논객 조은산의 첫 책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권도전 선언 후 첫 추천사
조은산이 본 윤석열은?
↑ 시무 7조. 진인 조은산 저. / 사진 = 매경출판 |
'시무 7조'라는 상소문 형식의 글로 홀연히 대중 앞에 나타난 논객 조은산. 일약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던 그가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을 정리하며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43만 명 넘는 사람이 동의한 그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제목과 같은 '시무 7조'입니다. 오는 13일쯤 매경출판에서 출간할 예정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개인이 발간하는 책에 추천사를 썼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도 추천의 글을 썼습니다.
'진인 조은산'이라는 필명의 '진인(塵人)'은 '먼지 같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저자가 총각 시절 일용직 공사장을 전전하며 현장에 가득한 먼지가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느껴 지은 이름입니다. 시무 7조는 고려 문신인 최승로가 임금에게 올린 정치 개혁안 시무 28조를 패러디했습니다. 출판사는 서평에서 "위정자에 대한 직언을 통해 보다 좋은 세상을 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며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던 30대 가장은 우리 정치와 사회의 비상식과 불의에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책에서는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던 기존의 시무 7조를 비롯해 내면의 이야기와 못다한 뒷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냅니다. 코로나19 시대, 정부의 방향 상실과 반복된 실수에 대한 비판도 담겼습니다.
기자와 1시간가량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조은산은 시종일관 '먹고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던 그는 '정권교체를 꼭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논객이 됐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 청원글 올리며 이 정도 관심을 예상했나?
- 전혀. (처음 올렸던) 다치킨자 글은 그냥 술 먹고 썼다. 원래 친형님이 동네로 이사오기로 하셨었는데, 가족끼리 오붓하게 살자고 했었는데 당시 6·17 대책이었나 때문에 무산됐다. 성질나서 술 먹다가... 안 그래도 TV에서 김현미 장관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열받아서 썼다. 나중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 매경출판에서 책을 내게 된 이유는?
- 특별한 이유는 없고 출간 요청은 블로그나 메일을 통해 들어왔으나 다 거부를 했다. 그래도 조은산, 시무 7조로 활동했으니 시즌 1마무리를 출간으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매경출판에서 연락이 왔다. 간단히 얘기를 나누고 출간을 결정했다.
◆ 시즌1이라면, 시즌2 계획은?
- 가정을 건사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두 가지를 생각하는데, 하나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직장 다니고, 정치글은 안 쓰려고 한다. 블로그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 정도를 올리며 이웃들과 공유하고 ‘조은산’은 버리려고 한다.
지난해 8월 시무 7조 이후 변화가 많았다. 댓글 중에는 벼락 유명세를 얻어 좋겠다며 비꼬는 글도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직장생활에 부담이 돼 소득이 줄면 줄었지, 논객 활동으로 크게 돈을 번 것도 아니다.
생계 문제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싶기도 하다. ‘조은산’으로 살아간 지난 1년은 힘든 시간이었다. 진중권 선생이나 서민 교수님은 그런 활동을 프로의식을 갖고 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아닌 것 같다. 잠깐 논객으로 살았던 삶이 너무 힘들었다.
두 번째는, 공부를 하고 싶다. 여태 블로그에 글을 쓰고 했지만, 지식이 얕고 넓은 편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은데 전문적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다. 야권에서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윤희숙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먹고사는 일에 대한 학문인 경제학을 공부해보고 싶다. 나중에 상황이 무르익고 나 자신을 드러낼 때가 되면 진정한 논객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 정치에는 뜻이 없나?
- 없다. 정치에 대한 비하는 아니고, 그런 삶 자체가 너무 힘들 것 같다. 욕도 많이 먹는 직업이고, 자기 가족이 아닌 국가 전체 살림을 살피며 치고받고 말싸움도 하면서 산다는 게 힘들 것 같고 제 스타일도 아니다.
제가 여태 쓴 글이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조은산은 어떤 정치 집단이나 지지 집단에 속하지 않고 시민, 애아빠, 직장인으로서 자유로이 글을 쓴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고 본다. ‘시민 조은산’이었기 때문에 제 글이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제가 정치를 기웃거리면 과거에 썼던 글들이 다 빛을 잃고 명분도 잃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정치에는 생각이 없다.
◆ 스스로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무슨 의미인지?
- 월급쟁이로 살 때는 밖에서 일하고 집에 오면 마음은 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쉬는게 쉬는 것도 아니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평소에도 글에 대한 압박감이 강한 편이다. 제가 글을 쉽게 쓰는 편이 아니다. 하루 종일 써도 반 페이지도 못 쓸 때도 있고.
지금도 스트레스가 많고 출간 작업 때문에 직장 일을 잠깐 쉬고 있다. 평범한 애 아빠로 살다가 갑자기 논객이라는 신분도 어색하고 호칭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필명으로 가려진 삶을 사는 불안감. 하는 일은 글 쓰고 고뇌하고 그런 것 보면 논객의 삶을 사는 것 같기도 한데…. 삶이 불안정해졌다.
◆ 주위에서 본인이 조은산이라는 것을 아나?
- 가족 외에는 모른다.
◆ ‘조은산’은 왜 글을 쓰는가?
- 시무 7조 전에도 글을 써왔다. 크게 공개된 공간에 남들 볼 것을 생각하고 썼다기 보다는, 인생살이에서 느낀 소회 등을 적어왔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 안의 어두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랐던 때에 글을 쓰는 것이 나 자신의 어두운 면을 순화하고 토해내는 작용을 했다.
지금에 와서는 글쓰기가 조금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 과거에는 나만의 글이었으니 자유로웠지만, 지금은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 글에서 위안을 받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은 제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 왜 지금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지?
- 생계 문제가 크다. 제가 지금 신분을 드러내면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밥줄이 끊기는 것. 일 안 하고 먹고 살 수 있으면 신분을 밝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저에게는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다.
◆ 이 시점에 윤 전 총장을 만났고, 책을 낸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담기리라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면 되나?
- 저는 만남의 얘기가 오갈 때도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캠프 쪽에 얘기했다. 지금은 야권 인사 중 콕 집어 지지하는 인물은 없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랄 뿐인 것. 윤석열이든 누구든 지지하는 인물은 아직 없다.
박근혜 탄핵 여파로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류가 됐다. 지금의 시대 정신이 공정과 정의라고 한다면, 그에 부합하는 인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4년을 보면 민생과 경제가 많이 망가졌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정의에 더해 경제, 민생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저는 윤석열과 유승민·윤희숙이 합체한 듯한 새로운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지지할 것 같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윤희숙 의원이 주도하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떨 것으로 기대하는지?
- 글 자체로 인정받고 싶다. 그런데 시무 7조가 사실은 정치적으로 쏠린 글이었다. 여권 비판을 했으니. 그런 정치적 글은 이미 이념 지형이 양극화 된 상황에서 보수진영에서 봤을 때는 아무리 못 쓴 글도 훌륭한 글로 평가하지 않았을까. 글 자체의 질 보다는 시류에 편승한 측면이 강한 것 같다.
글로써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윤 전 총장님이나 쟁쟁한 분들이 추천사를 써주셨다. 글 자체의 제 능력 외에 다른 외부적 요인으로 평가받는 것 아닌가하는 염려도 한다. 제 글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 현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권 자체가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본인들이 옳다는 사고방식이 이어지고 있으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정권교체가 답’으로 귀결되는 것.
◆ ‘조은산’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 제가 조은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가족 외에는 없으니 고민을 토로할 사람이 없다. 글 쓰면서 인생이 피폐해지고, 건강도 나빠졌다. 스트레스도 있으나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술의 힘을 빌리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런데 책을 쓰면서는 ‘부담감 없이’ 머리가 아닌 손과 마음으로 쓰는 경험을 했다. 비로소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쓰게 되지 않았나 싶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추천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조국흑서' 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도 추천사를 썼습니다.
"그만의 통찰과 직관이 그만의 풍자와 해학으로 버무려지면서 ‘우회’하는 듯하지만 이내 ‘직격’합니다. 과거의 역사와 그 시대의 문체로 현 위정자들의 위선과 이기심을 갈파한 것, 주권자 국민을 대신해 용기 내어 죽비를 든 것은 통렬했고 통쾌했습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스스로가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에게 행동하라고 일깨우는 지령처럼 느껴졌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그가 드러내는 빛나는 ‘비범’함에 찬사를 보냅니다." - 윤석열(前 검찰총장)
"조은산의 글은 강렬하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꾹꾹 눌러 담은 에너지 때문이다. 그의 글이 앞으로도 쭉,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동시대인들에게 통쾌함과 위로를 선사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 윤희숙(국민의힘 의원)
"조선의 독립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일제의 만행에서 벗어나고자 그들과 싸운 의병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의병들은 다시 봉기했다. 문재인의 폭정에서 벗어나려는 국민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 책은 그 의병들의 선봉장 ‘진인 조은산’이 국민에게 보내는 ‘토문통격문’, 부디 이 책을 읽어주기 바란다. 상식의 편이 승리할 수 있도록." -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 《서민적 글쓰기》 저자)
"조은산은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잘 포착해 편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문체로 마음을 숙연하
조은산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나 100분가량 대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은 시무 7조에 대해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닿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고 조은산은 전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