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원재료값 급등에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값마저 급등하고 있다. 이번달 농심과 오뚜기 등 제조사는 라면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매경DB] |
맞벌이 부부 장성민씨(가명)는 요즘 장바구니가 부쩍 무겁다. 부부 월급은 그대로인데 밥상 물가는 급등하며 보름에 한번씩 장보러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글로벌 원재료값 급등에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이번달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값마저 꿈틀하고 있다. 오뚜기가 1일부터 13년 4개월 만에 라면값을 올린데(평균 11.9%)이어 16일에는 업계 1위 농심이 라면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살처분으로 알 낳을 수 있는 닭(산란계)이 줄며 계란값까지 천정부지로 뛴 가운데 라면값까지 오르며 '서민 밥상' 타격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원자재값 상승에 이상 기후, AI 여파 등이 겹치며 당분간 서민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 라면 한그릇 끓이는데 드는 재료값 |
진라면 1봉(550원→620원·대형마트 구입 기준)에 계란 1알(171.6원→242.1원·중품)과 파 1대(114.2원→77.4원·40g)를 넣고 끓일 경우를 놓고 산정한 것이다.
오뚜기 스낵면은 한 그릇당 끓이는 비용이 11.6%(805.8원→899.54원) 올랐다. 이번달 가격이 오르는 신라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값은 9.7%(961.8원→1055.5원) 올라 1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장씨는 "저렴하고 간편해 네 식구가 한달에 4~5번씩은 라면을 즐겨 먹었는데 이제 신경이 쓰이는게 사실"며 "그동안 싸다고 생각했던 제품들 가격이 무차별적으로 오르면서 장볼 때마다 생각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서민물가 상승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밀어올린 영향이 크다. 여기에 잇딴 이상기후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었고 고병원성 AI 확산에 가금류 살처분이 집중되는 등 국내 악재가 겹쳤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라면 주력재료인 소맥 가격은 t당 247.38달러(7월 30일 기준), 팜유는 1030.79달러로 1년 새 각각 51.3%, 72.6%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수입곡물 가격이 평균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39%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이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매입 단가에 반영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당분간 원료 상승에 따른 먹거리 물가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 급등하는 공급물가 |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내에 출하되거나 수입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1차 금속, 화학제품을 비롯한 중간재와 원유, 곡물과 같은 원재료 등 1125개 품목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공급물가 상승세는 올 2분기 이후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지난 1월 -1.2%에 그쳤지만 4월(6.6%), 5월(8.5%) 이후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2.4%로 급등해 석달째 2%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휘발유(19.8%), 경유(22.4%), 공동주택 관리비(6.9%)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문제는 공급 물가 상승 원인이 한국이 '관리'할 수 없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델타 변이발 경제 충격→소비 둔화→공급물가 상승→구매여력 하락→소비 추가 악화→경제 충격 가중'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가뜩이나 수요가 부진한데 공급 쪽에서도 물가 충격이 발생한다면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물가 상승 추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봤던 한은 시각도 최근 미묘하게 변했다. 한은은 지난달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 경제 내 현
[김정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