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회장 "외교 문제 있어 조속히 해임"
개막을 하루 앞둔 2020 도쿄올림픽이 이번엔 개막식 연출가가 과거 유대인 학살을 희화화했다는 구설에 올라 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오늘(22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희화화하는 과거 콩트 영상으로 논란이 불거진 도쿄올림픽 개막식 연출 담당자 고바야시 겐타로(小林賢太郞·48)를 해임했다고 밝혔습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개·폐막식 제작·연출팀에서 쇼 디렉터 직책을 맡고 있는 고바야시는 20여 년 전 콩트를 연기하는 2인조 '라멘즈'로 데뷔했었습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당시 고바야시가 "진짜? 아, 그 유대인 대량 학살 놀이(ごっこ) 하자고 했을 때"라고 말한 부분이 확산하면서 홀로코스트를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3년 전 일이기는 하나, 전 세계적 비극인 유대인 학살을 '놀이'로 칭하며 개그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공감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유대인계 인권 단체 '사이먼 비젠탈 센터(The Simon Wiesenthal Center, SWC)는 고바야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고바야시는 1998년 나치에 의한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 사건을 코미디 행각 대본에 활용했다"며 "아무리 창조성이 있는 인물이라도 나치에 의한 제노사이드(인종 학살) 희생자를 비웃을 권리는 없다. 고바야시가 도쿄올림픽에 관여하는 것은 학살된 600만 유대인의 기억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WC가 고바야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했고, 결국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 위원장은 이날 "개회식을 앞두고 이러한 일이 발생해 많은 관계자, 도쿄 도민,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외교상 문제가 있어 조속히 대응하기 위해 고바야시를 해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고바야시도 해임 후 성명을 통해 "제가 쓴 콩트의 대사에 극히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 포함됐다"며 "당시 저의 어리석은 표현 선택이 잘못됐다고 이해하고 반성하고 있다. 불쾌하게 생각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라고 고개 숙였습니다.
앞
지난 3월에는 개·폐막식 총괄 책임자였던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가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연출 방안을 제안했다가 파문이 일어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