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건물에 여전히 같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법적으로 강제 분리할 방법이 없는데 결국은 성범죄 가해자가 두려워 피해자가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김보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7일 서울의 한 아파트,
남자 고등학생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학원에서 귀가하던 여학생과 단 둘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상착의를 분석해 근처에 있던 남학생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남학생은 과거에도 몇 차례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현재 구속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같은 건물 내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하는 등 신변보호조치를 하고 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거를 강제로 분리시킬 법적 근거가 없는 겁니다.
▶ 인터뷰 : 같은 건물 내 성범죄 피해자
- "제가 너무 그분(가해자)이랑 마주치기 싫어서 분리를 해달라고 했어요.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요즘은 피해자가 이런 일을 당해도 도망가야되니 이사를 빨리 가시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땐 법원이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주거로부터 분리, 접근금지 명령 등을 내리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선고 때 처분 가능해 판결 전까지는 공백이 생깁니다.
▶ 인터뷰 : 박찬성 / 변호사
- "보복 우려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러한 법적 보호를 받기가 어려운데요. 수사 초기단계 등 법원 판결 선고 전에는 분리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등 떠밀리듯 집을 옮겨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
현재는 가정폭력 사건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피해자가 원한다면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확대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인터뷰(☎) : 권현정 /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변호사 통해 가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종결된 상황에서도 가해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적극적인 조치들이…."
피해자 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할 때입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