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재계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대로 무산되는 건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경제 5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한 데 대해 어제(27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경제5단체는 건의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요 경쟁국들 또한 투자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위한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서는 기업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건의 내용을 관련된 곳에 전달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은 겁니다.
청와대 뿐 아니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재구속됐다 지난 3월 복통을 호소하며 구치소 인근 평촌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의료진들은 충수가 터진 이 부회장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재이송을 결정했고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지 27일 만에 서울구치소로 복귀했습니다.
최근,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정부에 화이자 회장을 연결해줘 협상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화이자 백신 협상은 당초 협상 마무리 시점으로 예정했던 12월 초까지도 소득 없는 논의를 이어갔고 답답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은 이 부회장이었다고 복수의 정·재계 인사들이 전한 겁니다.
이 부회장이 화이자 관련 자료를 살피다가 사외이사 명단에서 오랜 기간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을 발견하고 휴가 중이던 나라옌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12월 22일, 화이자 고위 관계자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참석한 화상회의로 이어졌습니다.
이 화상회의에서도 처음엔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지만 삼성 측에서 ‘잔량이 남지 않는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냐’며 화이자가 반길만한 카드를 던졌고 답보상태던 회의 흐름이 확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은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계획했을 때도 사업 협력과 더불어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출장 직전 구속되면서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로나 확산과 백신 수급 부족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과연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 의중은 무엇인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사상 최고 수준인 12조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자신들이 상속받은 유산 중 1조원 가량을 의료 공헌에 쓰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코로 극복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할 방침이며 이 중에서 5000억원은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전문병원' 건립에 쓰일 예정입니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의 제반 연구활동에 활용됩니다.
아울러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과거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수차례 이뤄졌습니다.
올림픽 유치나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습니다.
박 회장의 경우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2008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사로 풀려났고 2009년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 사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우리나라 국적의 IOC 위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대통령은 김 회장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이 이뤄졌습니다.
최 회장은 사면 후 2015년 경기 이천에 설립한 최첨단 반도체 공장 M14를 포함해 생산시설 3곳을 국내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CJ그룹도 이 회장의 경영 복귀 후 글로벌 문화 산업에서 한국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등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습니다.
[ 이상은 디지털뉴스부 기자 / leestellaaz@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