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책들이 줄지어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초, 총장직을 사퇴한 이후 윤 전 총장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하자 그를 조명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 측이 직접 나서 집필한 것은 아니지만, 윤 전 총장의 고교 동창인 전직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한 '윤석열의 진심',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의 목소리를 정리한 '구수한 윤석열' 등이 최근 출판되며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겉으로는 정치행보를 시작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이러한 출판 분위기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3시간 대화내용으로 작성…윤석열 진심 담겼나
지난 14일 출판된 '윤석열의 진심'은 윤 전 총장의 충암고 동창인 이경욱 전 연합뉴스 기자가 윤 전 총장을 만나 3시간 동안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고교 동창 출신인 저자가 윤 전 총장의 진심을 이끌어냈을 것 같지만 사실 저자는 다른 동창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전화번호를 얻어 40년 만에 만난 사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한 언론은 이 책을 두고 "대담 주인공에 대한 내밀한 분석과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통상적으로 대담집 발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3시간 대화가 책으로 묶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 독자는 "고교 동창인 전직 기자가 윤 전 총장을 40년 만에 만나 점심 한끼 한 인연만으로 쓴 책인데 윤 전 총장 목소리는 거의 담기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장모와 부인'이라는 챕터가 있어 '장모 이야기가 나오나'하고 읽어보면 '그러나 장모와 부인 얘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라고 써놓는 식이라 허탈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출간된 '구수한 윤석열'도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담아내기는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40년 만에 만난 고교 동창보다는 끈끈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정치인 윤석열'보다는 '인간 윤석열'을 그려내는 것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간'은 정치 시작?…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운명' 내놓아
윤 전 총장이 책 출간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일련의 출간이 '윤석열 정치인생'의 신호탄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정치인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책을 많이 써냈습니다. 최근 10년으로만 좁혀봐도 지난 2011년 9월,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마치고 원외 인사로 남아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문재인의 운명'을 써냈습니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대선 주자로 조금씩 언급되던 시점입니다.
참여정부 5년의 기억과 문 대통령 개인의 일생을 다룬 이 책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정치 참여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이 책을, 특히 2부였던 자신의 인생은 쓰고 싶지 않아 했다고 알려졌지만, 결국 집필에 동의하면서 '대선주자 문재인'으로 거듭났습니다.
비슷한 시기 정치에 입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써내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난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낸 반기문 전 총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 전 총장의 책이 출간되는 것이 정치인 윤석열의 시작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계속되는 윤석열의 잠행…암묵적 동의일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직까지 추측에 불과합니다. 윤 전 총장이 스스로 발언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에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노동문제에 자문을 구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대권주자로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